땅집고

아내랑 맺은 전세계약, 법적으로 문제 없을까

뉴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입력 2020.08.08 04:07

[GO부자에게 물어봐] 배우자와 임대차계약해도 대항력 인정될까


[Question]
남편과 맞벌이 중인 H(37)씨.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폭등해 비교적 저렴한 경매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중 두 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시세 대비 저렴한 아파트를 발견했다. 경매에 참여하려고 등기부를 보니 기준권리인 근저당권 뒤에 가압류 3건이 붙어있었다. 기준권리 앞에는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다고 나왔다. 그런데 이 임차인은 채무자의 배우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H씨는 이처럼 가족끼리 임대차계약을 해 대항력이 있는 주택을 구입해도 되는지 궁금했다.

[Answer]
주택이 경매로 나왔다가 이 같은 ‘가짜 임차인’, 즉 위장 임차인 때문에 유찰되는 일이 상당하다. 특히 서류상 소유자(채무자)의 배우자를 비롯해 부모, 자식, 형제자매 등 가족들이 형식적인 조건(전입신고)만 내세워 대항력을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이 아닌 친구나 지인을 가짜 임차인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빚을 갚지 못해 궁지에 몰린 채권자들은 집을 마지막 보루라고 여긴다. 가족, 친지 등을 동원해 위장 임차인을 내세우고 서류상 권리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일반적인 전략이다. 권리 관계가 복잡해지면 멀쩡한 집이 여러 번 유찰되기 마련이고 위장 임차인이 싼 값에 낙찰받거나, 또 다른 지인을 내세워 낙찰받는게 전형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이런 ‘가짜 임차인’들은 진짜가 될 수 없다. 이들의 대항력을 인정해주면 채권자와 매수자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가족을 내세워 가짜 임차인 행세를 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임대차계약이 통모(通謀·남몰래 공모)에 의한 허위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다. 둘째, 임차인이 실제로는 아파트를 인도받지 않은 경우다. 임차인 형식만 갖춘 뒤 배당요구를 하면 가짜 임차인으로 본다(대법원 99다69624 참조). 이 때 채권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체하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맺고 주택 인도 및 전입신고를 해도 대항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대법원 2000다24184 참조).

가짜 임차인들은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있던 A씨. 해당 주택이 임차인에 의해 경매 신청되자, 아들에게 보증금 2000만원에 방 한 칸을 임대한 것처럼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그 후 확정일자를 받은 후 2000만원 배당을 신청하는 배당요구서를 법원에 제출, 실제 임차인보다 먼저 배당금을 챙겼다. 법원은 이 경우 아들을 진짜 임차인으로 인정할 수 없고, 형법상 사기죄와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7고단2137호)

또 다른 판례도 있다. 채무자 A씨가 동생 소유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채권자에게 무상거주확인서를 작성해 주며 “나는 임차인이 아니며 추후 해당 아파트에 관해 어떠한 권리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채권자가 이 아파트를 낙찰받자마자 A 씨는 “전입 신고를 했으니 법적 대항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인도명령을 거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진정한 임차인이 아니어서 대항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99마4307)


다만, 가족끼리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대항력을 인정해 주는 때가 있다. 실제로 주택을 사용·수익할 목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자금출처가 분명한 경우다. 부부가 이혼하면서 위자료 또는 재산분할 대가로 임대차계약을 했다면 정상적인 계약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대항력의 기준이 되는 주민등록(전입신고) 효력은 이혼판결문 또는 이혼결정문을 관할 가족관계등록부에 신고한 다음날부터다. 이를 악용해 이혼한 배우자 명의로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 행세를 하면 경매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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