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시장에 공급 확대 신호를 보낸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결국 얼마나 속도감 있게 주택이 공급될 것이냐, 민간에서 정부 대책에 어느정도 호응해 줄 것이냐는 미지수다.”
4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강남 등 서울 집값 안정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우선 정부가 수요 억제 정책에만 집중하다가 공급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가 수요 관리와 공급 확대라는 투 트랙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공급 대책이 나왔다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고 시장에 좋은 반응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목표한 기간 안에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후속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최근 집값 급등 우려에 따른 주택 구매 불안 심리를 낮추고 30~40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을 진정시키는 등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신호를 보냈다”며 “청약 고가점자와 생애최초특별공급, 신혼특공 등 대기 수요자들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포함한 도심 내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의 당첨을 위해 분양 시장에 대기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다만 공공 참여형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효과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부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 도입 방안을 밝혔다. 용적률을 최고 500%까지 올려주고 50층까지 층수 제한을 완화해 향후 5년간 5만 가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증가한 용적률의 50~70%는 기부채납으로 환수해 투기 요소는 차단하는 대책도 내놨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주민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공급 확대의 실효성은 반감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서울권역에 신규로 공급하겠다는 13만2000가구 중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물량이 약 5만 가구로 가장 많다”며 “그런데 증가한 수익의 대부분을 정부가 거둬들이는 방식이어서 과연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미지수이고, 민간이 참여하지 않으면 원활한 공급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우리한테 돈이 되느냐’ 여부가 사업 추진에 중요한 요소인데, 이익의 70%를 환수하겠다고 하면 그동안 재건축이 어려웠던 강북 일부지역 사업장을 제외하곤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곳은 강남인데 공공 재건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사실상 강남은 이번 공공 재건축 대책에서 빠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주택 매입을 계획했던 수요가 신규 공급 확대 기대감으로 매수를 미루면서 ‘임대차 3법’ 추진과 맞물려 전월세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 공급하는 부지에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가 전·월세 시장에 머물면서 급변하는 임대차 시장 분위기와 맞물려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