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북에 올리자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현실을 모르는 소리”, “전세대출 받아도 내는 이자가 월세보다 훨씬 적다”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목돈 마련에 도움이 되는 전세를 선호하는데, 여당 의원이 정부 정책을 옹호하기에 급급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전세제도가 소멸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전세제도는 세입자에게 일시적 편안함을 주고 임대자에게는 지대 추구의 기회를 주지만 큰 금액의 목돈이 필요하다”며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하는 중”이라며 이 현상이 “매우 정상”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전세를 사는 사람도 매월 일정 금액을 이자로 내고 있으니 대부분의 국민이 월세를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는 “10억원 아파트에 5억원 대출자도 분명 월세 사는 분이다. 집주인이라고 착각할 뿐”이라며 “국민 누구나 일정금액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 통해 월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임대차) 법 개정에서 '2+2'로 임대계약 기간이 연장된 것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하는 무주택 서민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의 주장을 접한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에서 “은행이자와 월세 중에서 월세 이자가 훨씬 적다”, “월세를 살아보면 할 수 없는 이야기”, “전세로 살면 매월 월세 안 나가고 전세대출 받아도 이자가 적어 훨씬 살기 편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를 토대로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은 4%다. 1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 1년에 400만원, 한달 기준 33만원 정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에선 전월세 전환율이 이보다는 높아 보증금 1억원당 월세는 50만원 정도다. 전환율을 환산하면 6%다.
반면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이율은 3% 이내가 대부분이라, 임차인 입장에선 월세보다 전세로 집을 얻는게 훨씬 유리하다.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 청년 등을 대상으로 저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이용하면 1%대에도 전세금을 빌릴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윤 의원이)젊었을 때 전세 한번만이라도 살아봤음 저런 소리 쉽게 못할텐데” “전세는 원금이 까이지 않는다는 면에서 월세와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걸 모르나” 같은 반응이 나왔다.
윤 의원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 연립주택(159㎡·3억8600만원)과 마포구 공덕동 오피스텔(1억 9000만원)을 소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임대차보호법 입법을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아무런 후속대책도 고민하지 않은 채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하며 전세 씨를 말려놓고는 아무렇게나 급조된 논리로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