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더불어민주당이 강도 높은 임대차 관련 법안을 연일 쏟아내면서 주택 전월세 시장은 대혼란이다. 임대 기간을 최소 4년으로 늘리고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할 수 없는 이른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발의 중이다. 이 법안들이 각각 사유재산권 침해, 소급 적용 등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표준임대료제’ 도입 관련 법안까지 묶어 이달 임시국회에서 한번에 처리할 방침이다. 이 법안은 임대료를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셈이어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대인에게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반(反) 시장적인 규제는 또 다른 시장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정하는 표준임대료, 시장 왜곡 우려
논란이 된 표준임대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매년 주택 위치·면적·구조 등을 고려해 표준주택을 선정하고 표준임대료를 산정·고시하는 제도다. 이 법이 통과하면 전·월세 계약시 임대인과 임차인은 시·도지사가 정한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거래를 해야 한다. 집주인들이 더 이상 자의적으로 전세금이나 월세를 인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월세 가격 폭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현재 발의된 임대차 3법만으로는 세입자 보호에 한계가 있어 추가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커질 수 있어 분쟁이 생기면 조정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당은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 심의·조정을 담당하는 임대차분쟁위원회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도 표준임대료 기준으로 분쟁을 중재하기 때문에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산정하는 임대차 시세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금은 같은 단지 내에서도 인테리어 상태나 조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를 무시하고 일괄 산정하는 표준임대료를 임대인들이 받아들이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책정한 공시지가나 아파트 분양가에 대해서도 무수한 논란이 제기됐는데 이에 못지 않은 반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임대주택은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해 표준 임대료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먼저 구축한 후 표준임대료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여당의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빨라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표준임대료제를 도입하겠다면 가격 산정 과정과 이의신청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 “전세 시장 위축, 임대료 급등 불가피”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세 공급 감소다. 문재인 정부에서 쏟아낸 각종 규제로 전세 시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강화,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 사실상 폐지,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등 잇따른 규제 조치로 전세금이 급등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을 전세금에 반영하거나 이른바 반전세로 돌리면서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에 전세금을 올리려는 움직임까지 가세하면서 일주일 새 1억~2억원씩 전세금이 오른 아파트도 적지 않다.
정부가 임대료까지 통제하면 매물 감소로 전세금은 더 오르고 주택 품질 저하 등 다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임대차 3법 시행 전 소급적용 논란 등으로 최근 전세금을 미리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년부터 신규 입주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전세금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표준임대료 도입으로 임대수익까지 떨어지면 집주인 입장에선 주택 유지비용 투입을 꺼리게 돼 주택 슬럼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하면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세입자와 서민들이 힘들어진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라며 “공급 물량이 줄면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임차인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