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이달 말쯤 공개 발표 예정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위해 서울의 쓸 수 있는 유휴부지를 최대한 끌어모은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을 개발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반면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제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협의한 결과 그린벨트는 해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골프장(83만㎡)을 택지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논의를 이어가도록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태릉골프장 택지 조성 방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태릉골프장은 서울에 주소를 둔 유일한 골프장으로 1 육군사관학교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1966년 개장해 지금까지 군 전용 골프장으로 쓰이고 있다. 정부는 수년전부터 서울 택지 공급 확대를 위해 태릉골프장 이용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해 왔으나 국방부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각에선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하면서 육사도 이전해 주택 부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군사관학교는 충북 청주로, 해군사관학교는 경남 진해 등으로 이전했지만 육사는 서울 도심에 남아 참여정부 때부터 이전 논의가 있었다.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만들면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1만 가구 이내이지만 육사 부지까지 합하면 부지 면적이 150만㎡까지 늘어나 주택을 2만가구까지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군이나 공공기관의 유휴 부지 등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도심 역세권과 3기 신도시 등의 용적률 등을 높이는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정부는 이미 그동안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 방안과 5·6 공급계획 등을 통해 수차례 서울의 유휴부지를 발굴해 주택 공급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5·6 공급 계획 때 깜짝 발표된 서울 용산역 정비창 개발을 통한 8000가구 공급 계획과 같은 비중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일각에선 정비창 개발 밀도를 대폭 늘려 2만 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비창 부지도 원래 5000가구를 넣을 수 있지만 겨우 8000가구까지 맞춘 것이기에 더 밀도를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서울 역세권 등에서 정비사업 등이 진행되면 용적률 등을 대폭 높여줘 주택을 많이 짓게 하고 일부를 공공임대로 돌려 청년과 1인가구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역세권에 용적률을 대폭 높여주는 새로운 용도지역인 '고밀주거지역'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토부는 "검토한 바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새로운 용도지역을 만들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에 정부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평균 180~200% 수준인 3기 신도시 용적률을 소폭 높여 인구 밀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되, 지구 내 녹지 등은 줄이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가능한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공급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