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또 악재 터진 은마, 지하로 GTX 통과…주민들 "전혀 몰랐다" 반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7.18 03:00
[땅집고] GTX-C 노선 중 양재역에서 삼성역으로 회선하는 구간에 은마아파트가 있어 단지 지하에 터널을 파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이 당초 공개됐던 것과 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17일 “GTX-C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어 향후 어떻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은 단지 바로 밑에 지하터널까지 뚫리면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민회관 대강당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GTX-C노선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는 은마아파트 소유주 수십명이 단상을 점거하는 등 강력 반발해 결국 무산됐다. 이들은 “은마아파트 단지 지하로 지나지 않는 방식으로 노선을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GTX-C노선은 경기도 수원에서 양주를 잇는 총 연장 74.2㎞로, 지하 40~50m에 대심도(大深度)로 건설한다. 문제가 된 구간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2호선 삼성역 사이다. 지난 15일 공청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열차가 양재역을 출발해 남부순환로를 따라 직진하다가 영동대로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노선이 직각으로 꺾인다. 이 코너에 바로 은마아파트가 있다. 일반 지하철이라면 직각으로 꺾여도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운행하는 GTX는 경로를 갑자기 틀 수 없다. 사실상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건설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땅집고] 은마아파트 단지 지하로 GTX 노선이 지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은 단지 바로 밑에 지하터널이 뚫리면 향후 재건축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한다. 한 소유주는 “만약 재건축 사업승인을 받아 최소 35층으로 짓는다고 해도 지하주차장·기계실·전기실 저수탱크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지하 4층은 파야 한다”면서 “이 경우 건물 수직하중을 견디려면 수십미터 아래 암반까지 기초파일을 박는 공사를 해야 하는데 GTX 지하터널 바로 위여서 공사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사업비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지은지 40년쯤 된 은마아파트는 GTX 지하터널 때문에 지반 약화, 진동 등에 따른 생활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정부가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GTX 사업을 방해한다고 판단하면 사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이 같은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의 반발이 갑작스럽다는 입장이다. GTX-C 예비타당성조사가 2018년 통과하면서 대략적인 노선이 공개됐는데, 이후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데 대해 주민들이 이의제기 등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한다. 지난 5월 국토부가 GTX-C노선 중 일부 구간이 대규모 주거단지(서울 성수동, 경기 과천지구 등)를 지나는 것이 우려된다며 기존 철도노선이나 공원 등 공용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새 노선을 발표했는데, 당시 은마아파트만 쏙 빼고 새 노선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착공한 GTX-A 사업에서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이 ‘주거지 지하에 대심도 터널을 뚫지 말라’며 항의해 사업이 지연되자 이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C노선도 미리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이달 15일 열린 GTX-C노선 공청회에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가 무산됐다. /은마아파트 소유주 제공


국토부는 올해 11월 GTX-C노선 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 공고를 낼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 후 노선설계를 구체화한다.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은 남은 전략환경영향평가 기간동안 버스를 대절해 세종시에 집단 항의 방문할 계획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최대 2번까지 무산될 경우 별다른 대안은 없고 다음 단계인 기본계획수립으로 넘어가게 돼 있다”라며 “2차 공청회 시기와 장소는 현재 강남구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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