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7·10대책이 나온 후 전화 문의가 다소 주춤해지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매물이 나오면 이전 최고가보다 비싼 가격에 순식간에 팔립니다.”
7·10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향후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20~30대 젊은층과 신혼부부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노원구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후로 매매계약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노원구에서 지난 6월 한달간 매매계약을 체결한 아파트는 1437채에 달한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1만2253건)의 12%에 달해 25개 구 중 가장 많았다. 노원구 월간 거래량으로도 2018년 8월(1883건) 이후 최대다.
7·10 대책으로 매수 문의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향후 집값 추가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따끔씩 나오는 매물은 신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 청약 포기한 30대, 저렴한 낡은 아파트로 몰린다
젊은이들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아파트 매매가격도 치솟고 있다. 노원구에서는 지난달부터 3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작년 6월 2억9500만원(17층)이었던 상계주공9단지 41㎡(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9일 3억5000만원(1층)에 팔렸고, 중계그린 39㎡는 작년 6월 2억5000만원(1층)에서 지난 달 23일 3억3000만(9층)으로 올랐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週間) 상승률은 6월 들어 셋째주(2위)를 제외하면 7월 첫 째주까지 한달 내내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저렴한 아파트를 찾으려는 20~30대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매수가 많았다. 노원구 상계동 ‘대한공인중개사무소’ 심재국 대표는 “청약가점이 낮은 30대 초중반 젊은층들이 보금자리론으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으로 6억원 이하 매물을 주로 알아본다”고 했다. 투자 차원에서 집을 매입하는 경우도 다수다. 노원구 하계동 현대공인중개사무소 남진희 대표는 “갓 취업한 20대 후반 젊은이들이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모님 돈을 빌려서라도 부동산에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6·17일 이후 매물 실종…나오는대로 신고가에 팔려
정부가 6·17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또 한번 바뀌었다. 대출 규제가 강화로 저렴한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 관심은 더욱 늘었다. 반면, 매도자들은 내놨던 물건을 모두 거둬들였다. 호가가 더 뛰면서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랜드’ 박진호 대표는 “6월 거래량은 주로 17일 이전에 많았고 17일 이후에는 거래량이 ‘전멸’ 수준”이라고 했다.
간혹 나오는 매물은 몇시간 만에 경쟁하듯 신고가에 팔려나간다. 노원구 상계주공14단지 59㎡는 지난 27일 신고가인 5억4800만원(7층)에 거래됐는데 올해 2월 전고가보다 1억원 정도 높다.
재건축 규제 등으로 향후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실수요자들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노원구 일대는 지은 지 30년 전후 아파트가 많아 재건축 규제 정책에 민감하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7단지와 상계주공9~16단지는 1987~1989년에 입주해 재건축 시기가 임박했다. 2018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5단지 외에는 앞으로 매물이 나오기가 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 “확실한 공급 시그널 없으면 더 오를 것”
노원구 외에도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지역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도봉구 아파트 거래량은 5월(288건) 대비 2배가 넘는 668건이었다. 강북구도 5월(133건)대비 6월 거래량이 295건으로 2배쯤 된다. KB부동산리브온이 발표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149.3으로 전주(139.1)보다 상승했는데 강북은 같은 기간 154.3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지역 실수요자를 안심시킬 만한 공급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규제를 피한 지역 상품과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뛰는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본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정부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애 세금 때문에 매물을 내놓게 만드는 ‘패닉 셀링’을 기대하겠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매물을 더 귀하게 만들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거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공급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것 말고는 집값을 안정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