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늘린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전세 아파트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하면서 보증금이 계속해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월세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정부가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보유세 인상을 예고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7·10대책에서 보유세 인상 폭이 당초보다 커지자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게 중개 업소들 얘기다.
이런 움직임은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서포·송파와 마포·용산·성동구 등의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B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전세로 아파트를 내놨던 다주택 보유 은퇴자가 월세로 돌리겠다고 전화했다"며 "소득은 없는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크게 올라 걱정이라며 월세를 모아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B 대표는 "집주인은 세금 걱정을 하면서도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양도소득세도 부담이어서 집을 팔지는 않겠다고 한다"며 "대신 보증금은 최소한으로 하고 월세를 최대한 받아달라고 한다"고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C 공인중개사 대표는 "7·10대책 이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종부세가 올라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월세로 돌려야겠다고 해서 전세 물건을 반월세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C 공인중개사 대표는 "원래도 전세 물건이 귀했는데, 그나마 있던 전세도 반전세로 돌리겠다고 하니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했다.
전세 재계약을 서두르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사례도 있었다. 압구정동 H 공인 관계자는 "현대아파트 전용 84㎡ 전세의 경우 2년 전 보증금 6억원 정도 하던 것이 지금은 8억∼8억5000만원까지 올랐고 9억원에도 계약이 된다"면서 "2년 전 6억원에 전세를 놨던 집주인이 최근 보증금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월세로 90만원을 더 받고 싶다고 해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 정보를 보면 7·10대책 발표 당일 마포구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40만원에 반전세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 같은 주택형의 임대차 계약을 살펴보면 5월에 보증금 8억7000만∼9억원에 전세 4건 계약이 이뤄진 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반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 M 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집을 팔기보다는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보증금 1억원당 30만원 수준으로 계산해 월세를 받아 세금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세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전세금이 더 오르고 세입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전세금은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7·10 대책 발표 이전까지 54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W 공인 대표는 "전세를 찾아다니던 세입자들도 현장에서 전세 물건이 없는 것을 확인하면 어쩔 수 없이 월세가 조금이라도 낀 반전세로 계약하는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내야 해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