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올해 하반기 시장 전망을 싣는다. 두번째는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2020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② 이상우 대표 “규제로는 집값 안 잡혀…올해 서울 집값 8% 이상 오른다”
올해 서울 집값은 8% 이상 오를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왔는데도 지난 4월 다주택자 급매물 소진으로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주춤했던 것을 제외하면 올해 서울 집값이 하락한 적은 없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8억5951만원에서 지난 5월 기준 9억2013만원으로 7.1% 올랐다. 사실 올 초만 해도 서울 집값 상승률을 ‘4%+a’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5.3% 상승)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초저금리 시대에 15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은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부동산은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규제는 주택 수요를 줄이기보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6·1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유동자금이 서울로 유턴(U-turn)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에 내성 생긴 시장…결국 입지 좋은 곳에 몰려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 보유세 개편 등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지만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시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규제가 나오면 빈틈을 찾아내는 등 규제에 대한 내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비 규제지역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규제지역이 점차 확대되고, 이른바 '풍선효과'로 집값 상승과 거리가 멀었던 곳마저 집값이 치솟고 있다. 전국이 규제지역이 된다면 결국엔 입지가 좋은 곳 집값이 뛸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 강남의 경우,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 1일)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6월 말) 종료를 앞두고 나온 절세용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하반기에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몰려있는 곳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 시세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면 하반기에는 6억원 이하 아파트에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다. 서울에서 저렴한 주택의 가격이 오르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강남까지 등 떠밀려서 같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
■분당·과천 등 역(逆) 풍선효과로 상승세
경기도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성남 분당이나 과천, 수원 광교 등 강남권 주택시장을 떠받치는 지역은 강남 집값이 오르면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본다.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곳들이다. 그런데 6·17 대책으로 인근에 용인 수지·기흥, 화성, 성남 수정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수요자들이 이미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인기 지역으로 다시 몰리는 것이다. 이른바 역 풍선효과다. 이 일대에서는 6·17 대책 발표 이후 신(新) 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 법인 투자가 많았던 인천, 경기 화성·평택·시흥·안산 등은 법인을 겨냥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통과 여부가 변수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내년 6월부터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 종부세 최고세율(2주택 이하 3%, 3주택 이상 4%)을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 소유 주택을 매각할 때 기본 법인세율(최대 25%)에 더해 추가로 적용하는 법인세율도 현행 10%에서 20%까지 올렸다. 과세를 대폭 강화해 법인의 투기를 누르고 집값 자극도 막겠다는 취지다. 과반을 차지한 거대 여당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법인발(發) 급매물이 대거 나오면서 가격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 다만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 경기도 부동산 시장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 전세 공급 부족…결국 가격 상승 불가피
문제는 전세시장 불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53주 연속 상승했다. 하반기에는 집값보다 전세시장이 더 우려된다.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그 집에 전입해야 하는 기한이 '6개월 이내'로 줄었고,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 신청을 하려면 2년 실거주 요건이 새로 생겼다. 재건축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입했다면 그 집에 실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전세 공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전세 공급이 늘어나려면 새 아파트 입주가 많거나 이른바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 공급도 적고 갭투자 역시 막혔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 매물이 줄어드니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전세금이 오르면 결국 집값도 상승한다. 재건축 규제 강화에 따른 새 아파트 공급 부족 전망도 전세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