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석달간 집값이 겨우 0.09% 올랐는데 조정대상지역이라니요, 이건 말이 안됩니다.”
경기도 안성시는 최근 양주시·의정부시 등과 함께 국토교통부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6·17부동산 대책으로 새롭게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안성시의 지난 3개월간 누적 집값 상승률은 ‘0.09%’였다. 지난주 웬만한 조정대상지역 1주일 집값 상승률보다 낮다. 심지어 이번 조정대상지역 지정에서 빠진 김포시의 3개월 누적 상승률(0.11%)보다도 낮았다.
6·17 대책을 둘러싼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규제가 필요할만큼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던데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규제에서 빠지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된다. 대표적인 곳이 김포시와 파주시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김포시와 파주시는 정량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졌지만 집값이 계속 불안하면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김포시는 이미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필요한 정량적 요건을 충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차관의 발언이 단순 착오였다고 해도 형평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인데…정량 요건은 무의미”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하는 절차는 두 단계를 거친다. 먼저, 주택법에 규정된 3개월 평균 집값상승률 등 정량적 평가를 한다. 이후 정량평가에서 요건을 충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정성적 평가를 거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정량 평가에서는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기본적인 요건이다. ‘최근 3개월 간 집값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요건이 충족된 지역 가운데 다시 3가지의 선택적 요건에 1개 이상 해당하면 정량 평가에서 조정대상지역 후보에 오르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런 절차를 거쳐 접경지역인 파주시, 김포시 등을 빼고 조정대상지역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6·17대책에서 새로 조정대상지역에 오른 경기도 지역의 경우 정량 요건은 있으나마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 요건 중 하나인 주택보급률이 경기도(101%)는 전국 평균(104.2%)보다 낮아 모든 지역이 선택 요건을 무조건 충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 3개월간 경기도의 최근 3개월간 물가상승률이 -0.81%를 기록했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3개월 집값상승률이 물가상승률 1.3배를 초과해야 한다’는 기준 역시 사실상 의미가 없다. 지난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기도 지역은 이천시(-0.11%), 파주시(-0.15%), 포천시(-0.31%), 동두천시(-0.25%)와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과천시(-0.75%)뿐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변동률이 마이너스인 점을 고려해 같은 기간 집값 상승률이 플러스를 기록했다면 기본 요건은 모두 충족한 것으로 봤다”고 했다.
결국 김포(0.11%)가 정량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박 차관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국토부 측은 “박 차관 발언은 단순 착오였다”면서 “국토부 공식 입장은 김포의 경우 정량적 요건은 충족했지만 정성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 같은 접경지인데…고양·양주는 왜 포함했나
국토부는 김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당초 경기도 전역을 지정한다는 목표를 두고 정량적 요건부터 평가했는데, 물가가 마이너스로 변동해 정성적인 평가 기준을 더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김포는 안성과 달리 접경지인 점을 고려해 제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같은 접경지인데도 고양시와 양주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국토부는 정성적 요건을 평가할 때 개발 호재가 있는지, 주간 집값상승률 등도 종합적으로 본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석달간 집값이 하락한 포천·동두천·파주시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 중에서 정성 평가로 규제지역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 “물가 하락하면 대부분이 규제지역 해당돼”
하지만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모호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을수록 정량적 평가보다 정성적 평가가 최종적인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된 상황에서는 시장 상황과 관련 없이 모호한 정성적 평가만으로 규제지역이 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가 하락 국면에서는 지금처럼 사실상 모든 지역이 규제 대상에 광범위하게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더 잘 반영하려면 최근 3개월 집값 평균 변동률을 기준으로 정하는 등 정량적 평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