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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매매가+3500만원…오피스텔로 번진 갭투자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0.06.30 05:35
[땅집고]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오피스텔. /카카오맵


[땅집고]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D오피스텔 전용면적 19㎡는 지난 2월 2일 1억3500만원에 매매 거래됐다. 일주일 뒤인 2월 9일에는 이 단지 같은 주택형이 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세금이 매매가격보다 3500만원 더 높았다.

이 오피스텔은 지난해 총 6건 거래됐는데 올 들어 2월 말까지 22건 거래가 이뤄졌다. 이 기간 19㎡ 기준으로 매매가는 하락(1억7500만→1억3500만원)했고, 전세금은 상승(1억6000만→1억7000만)했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놓으면 투자금을 전부 회수할 수 있는데다 향후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대표적인 소액 투자 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면서 매매가격과 수익률은 떨어지는 추세인데도 전세금이 크게 올라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자, 이른바 갭(gap) 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소액·수익형 상품으로 오피스텔을 대체할 상품이 없다는 낙관론과 공급 과잉 폭탄이 터질 것이란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공급 과잉 논란에도 거래량 급증

전국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지난해 처음 연 5% 밑으로 떨어졌다. 오피스텔 수요보다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2019년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8만8714실로 2018년(7만4553실)보다 1만4161실 늘었다. 2009년과 비교하면 13배 이상 급증했다. 오피스텔 투자수익률도 하락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 오피스텔 투자수익률은 6.34%였는데 ▲2010년 6.19% ▲2011년 5.91%에 이어 지난해에는 4.97%까지 떨어졌다.

[땅집고]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 임대수익률 추이. /부동산114


[땅집고] 연도별 1~4월 오피스텔 거래량 추이./한국감정원


그러나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히고 거래량은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4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5만3068건으로, 전년 동기(4만5297건)와 비교해 17.2% 늘었다. 2018년 같은 기간 6만8200건에서 2019년까지 감소세였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

왜 갑자기 거래량이 늘었을까. 원인은 전세금 상승이다.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 평균은 79%에 달한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매매가격보다 전세금이 더 높은 단지가 속출한다. 이는 금리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연 0.5%)로 떨어지면서 임차인 입장에서는 비싼 월세를 내느니 은행 대출을 받더라도 전세로 사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땅집고]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추이. /한국감정원


이렇게 전세금이 오르면서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아파트처럼 전세 끼고 갭 투자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한다. 비록 월세 수입은 포기하더라도 한 채당 1000만~2000만원 정도의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세금·공실률 등 감안한 실질수익률 따져야

오피스텔을 전세 끼고 매입하는 전략에는 시간이 지나면 매매가격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다. 예컨대 1000만원을 투자해 오피스텔 1채를 매입한 후, 시간이 지나 매매가격이 1000만~2000만원만 오른 뒤 팔면 투자금 대비100~200%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을 여러 채 소유하더라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 주택자에게 부과되는 각종 징벌적 세제를 피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 금리가 역사상 최저이고,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되면 오피스텔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심형석 미국 SWCU 교수는 “몇 년 새 시장 금리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금리에 비해 매우 높다”며 “결국 오피스텔 매매 시세가 오르며 시장 수익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이며, 아파트 규제 강화로 그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오피스텔 유지비, 세금, 거래비용 등을 생각하면 실제 투자금액이 더 커서 수익률이 낮을 수도 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올해에만 오피스텔 1만5399실이 추가 분양하는데 이 중 학교나 직장 등 오피스텔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입지를 갖추지 못한 오피스텔은 공실이 길어져 예상한 만큼 (운영)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되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 취득세가 아파트의 4배(4.6%)라는 것도 불리하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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