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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입찰 D-3일…맘 급해진 건설사들 '비방 난장판'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6.18 13:13 수정 2020.06.18 15:44
[땅집고]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개요. /조선DB


[땅집고] 올해 국내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이 시공사 선정 총회를 눈 앞에 두고 다시 혼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 3사가 서로 경쟁사 대상으로 규정 위반, 과장 홍보 등을 주장하며 치열한 상호 비방전에 나선 상황이다. 21일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조합원 표심을 움직이는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A건설사 측은 “(규정을 위반한) 건수로만 보면 현대건설은 이미 입찰 자격 박탈”이라고 했다. A사는 지금까지 한남3구역 조합에 현대건설이 제시한 대안설계 중 ‘경미한 설계변경’에 어긋나는 항목이 6건, ‘과장 홍보’ 등으로 21건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공문을 보냈다. 부정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되면 해당 건설업체 입찰은 무효가 되며, 입찰보증금 1500억원은 조합에 귀속되도록 돼 있다. 서울시가 허용한 설계 변경 범위를 초과한 제안을 한 시공사가 선정되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땅집고]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현대건설의 대안설계 내용.


A사측은 현대건설의 위반 사항으로는 ▲7블럭 7321동 용도·위치 변경 ▲불법 구조물 설치 ▲동간거리 위반을 했다고 주장한다. 당초 현대건설은 원안 설계에서 7블럭 7321동을 1~3층 상업시설, 4~22층 아파트로 구성했다. 그런데 대안설계에서는 이 동 3층이 상업시설에서 아파트로, 22층이 아파트에서 스카이라운지로 용도변경됐다는 것이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46조 7호에 따르면 용도변경은 경미한 변경을 초과하는 사항이다. 각 동을 연결하기 위해 4-1블록 상부에 설치하는 브릿지 ‘노블레스 게이트’도 위법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구조물이 설계대로 도시계획도로 상부를 가로지른다면 국공유지 무단 점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땅집고] 현대건설이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 보광역을 단지 내 상가와 연결하겠다고 홍보한 내용. /현대건설 제안서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 보광역 신설과 관련한 과장 홍보도 규정 위반으로 지적된다. 해당 노선은 아직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제출한 대안설계 제안서에는 신설역과 단지 내 상가(현대백화점)를 지하보도로 연결하는 그래픽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GS건설이 원안설계에서 신분당선 신설역을 언급했다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결과를 받았는데, 현대건설이 이를 알면서 의도적으로 그래픽을 삽입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이 지난 5월 말 현대건설의 불법 설계와 과장 홍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접수한 후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땅집고]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림산업에게 경고 조치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이에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 16일 대안설계에서 제안했던 ‘트위스트 타워’가 과장 홍보에 해당한다며 조합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트위스트 타워’는 대림산업이 한강 조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제시한 대안설계로, 각 층을 일정 각도로 조금씩 회전시키는 형태다. 한남3구역 전체 물량의 6%인 354가구, 7개동 외관에 적용한다.

하지만 대림산업 설계에 따라 주동 중심축을 기준으로 40도 이상 회전한다면 건물 변경 범위가 1m 이상 이동해 경미한 변경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또 제안서에 첨부한 ‘트위스트 타워’ 이미지가 실제 도면보다 과도하게 뒤틀린 모양이어서 과장 홍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인 B사가 대림산업을 공격하며 해당 자료를 SNS 등을 통해 유포하고 있다.

[땅집고] 대림산업이 한남3구역에 제안한 트위스트 타워 설계도. /한남3구역 조합


조합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내놓은 트위스트 타워 설계가 ‘경미한 변경’ 기준을 충족하려면 건물을 3도 이상 회전시킬 수 없다”면서 “이 경우 현재 이미지보다 눈에 띄는 외관이나 한강 조망권 개선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림산업 관계자는 “트위스트 타워의 경우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건축물이어서 수평적인 동간 거리가 바뀔 소지가 없다. 국내에서 이런 형태로 건물을 지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얼마나 회전하는지,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림 측은 “용산구청으로부터 해당 설계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확인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땅집고] 지난해 한남3구역 시공자 선정 입찰 점검 결과 각 사별 위반사항. /조합원 제공


GS건설은 대안설계 제시를 포기하고 원안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선 ‘GS건설이 사실상 수주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이 대안 설계를 제출하지 않긴 했지만, 시공사가 지하철역을 만드는 국가사업에 관여할 수 없는데도 ‘한남헤리티지역’을 신설하는 데 인허가 지원을 하겠다는 등 위법 소지를 포함하는 원안 그대로 입찰했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6일대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예정 공사비만 약 1조9000억원으로, 역대 재개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사업을 따내는 건설사는 올해 수주액에서 단숨에 1위에 오른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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