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이상욱 쉐어원프로퍼티 대표 "건물 임대, 이제 평범하게 해선 못 살아남습니다"
“우리나라 임대주택 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대대적인 체질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룸 시장이 대표적인데, 개인이 아닌 기업형 원룸 시대가 곧 시작될 겁니다.”
국내 공유주택 선두주자로 꼽히는 쉐어원프로퍼티 이상욱 대표는 “대기업이 각자의 독특한 운영 콘셉트와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임대주택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임대시장은 이미 이 같은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다만, 기업은 일반적인 원룸 건물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는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은 건물은 결국 미래형 공유주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쳐 2013년 공유주택 개발·운영 회사인 쉐어원프로퍼티를 설립했다. 대부분 쉐어하우스 업체가 침실을 2명 이상에게 임대하는 것과 달리 침실은 1인 1실이다. 대신 주방·화장실·오피스 등 공용공간을 최대한 넓게 만든다. 이 대표가 운영 중인 공유주택은 서울에만 총 12곳, 입주자는 250명쯤 된다. 공실률은 1~3%에 그친다. 이 대표에게 공유주택 개발과 운영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Q. 공유주택이 경쟁력 있다고 보는 이유는.
“세입자와 건물주를 모두 만족시키는 모델이다. 먼저 세입자 입장에서 보자. 대부분 원룸은 방안에 주방·거실·화장실·침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독립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각 공간이 너무 작아 형식적이란 느낌을 받는다. 반면 공유주택은 개인 공간에 침실만 넣는 대신 주방·화장실 등은 공용공간으로 편입시켜 ‘제대로’ 만든다. 예를 들면 쉐어원 역삼점의 경우 침실은 3~4평인데 주방은 15평 정도로 넓어 세입자 실사용 면적이 확 늘어났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공유주택이 이득이다. 연면적 100평짜리 건물은 7~8평짜리 원룸 11~12개를 짓는 데 그친다. 공유주택으로 바꾸면 방이 12~15개까지 늘어난다. 그만큼 전체 임대 수입도 늘어난다.”
Q. 공유주택에 적합한 건물 규모는.
“공유주택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된다. 방이 최소 20실 정도, 연면적 기준으로 150평 정도 되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못 미치는 건물이라면 목표수익률에 맞춰 사업 구조를 짜면 된다.”
Q. 공유주택 수익성은 어느 정도인가.
“201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신축한 ‘쉐어원 역삼1호점’을 예로 들겠다. 이 부지는 앞뒤로 건물을 끼고 있는 맹지성 땅이었다. 더구나 당시 주변 오피스텔 임대료는 월 100만~120만원에서 80만원 정도로 뚝 떨어지고 있었다. 건물주가 평범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짓는 대신 쉐어하우스를 짓고 싶다고 의뢰했다. 다만 위험 분산 차원에서 일반 원룸과 쉐어하우스를 섞어보기로 했다. 지하 1층은 문화공간, 지상 2~3층은 오피스, 4~7층은 원룸 4실과 쉐어하우스 8실로 지었다. 그런데 쉐어하우스 공실률이 3% 정도로, 일반 원룸(5%)에 비해 인기가 좋았다. 건축비는 평당 500만원쯤 들었는데, 수익률이 5.6% 정도 나온다.
리모델링 사례도 있다. 2017년 완공한 역삼2호점이다. 원래 70대 노부부가 사무실로 임대하던 지하 2층~지상 7층 꼬마빌딩인데, 3년째 공실이었다. 역삼동 일대에 워낙 오피스 건물이 많아 경쟁력이 딱히 없었던 탓이다. 60평 정도인 이 건물 3~5층을 다중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한 후, 코워킹 오피스(공유사무실)와 공유주택 17실로 리모델링했다. 현재 임대수익이 월 1200만원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가 6%, 공실률은 1%대에 그친다. 무엇보다 노부부가 건물을 매각해서 증여하고 싶어도 안 팔릴 건물이었는데 돈을 벌어주는 자산이 된 것만으로도 큰 이득인 셈이다.”
Q. 공유주택은 코로나에 취약하지 않을까.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런데 같은 공유주택 업체라도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타격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주방·화장실·회의실 등을 공용공간으로 두되 침실은 1인실로만 운영하는 쉐어원의 경우 코로나 이후에도 공실률에 변화가 미미하다. 하지만 한 침실을 2~3명 이상에게 임대하는 다른 쉐어하우스는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평균 공실률이 15% 이상인 업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공유주거 시스템은 침실의 경우 오피스텔 못지 않게 좀 더 개인화하고, 나머지 공용공간은 방역·소독을 철저히 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Q. 건물주들에게 조언한다면.
“최근 임대시장에선 수익률이 연 4%만 되도 ‘잘 나온다’고 본다. 평범한 원룸·오피스텔을 지었다간 이런 임대수익률도 못채울 수 있다. 반면 공유주택으로 운영하면 수익률이 5%대로 뛴다.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라면 설계부터 공유주거에 특화된 방식으로 기획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권리금도 없을 정도로 낡은 고시원·모텔·여인숙 등 근린생활시설을 보유한 건물주들 역시 공유주택으로 리모델링하면 자산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