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제주도 부동산이 뜨거웠던 5년 전과 비교하면 딱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는 끊겼고 제주 현지인들의 전화만 가끔 옵니다” (제주 서귀포시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제주도 부동산 가격이 연일 하락세다. 중국인 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까지 줄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거래가 끊기면서 치솟던 집값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때 제주살이 열풍이 불면서 제주를 찾는 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올해부터는 제주를 떠난 사람이 이주한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육지인의 로망이라고 여겨지던 제주 이주 행렬이 막을 내리고 있다.
■1~2억원 떨어지는 제주 집값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전국 지가변동률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중 전분기 대비 하락세를 보인 곳은 제주도가 유일했다. 시·군·구 중에서도 서귀포시가 -0.95%, 제주시가 -0.93%를 기록해 전국 지가변동률 하락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락률 3·4위인 울산 동구(-0.29%), 경남 창원(0.28%) 등과 비교해봐도 하락세가 급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2공항 등 지역 개발사업이 부진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유입인구가 감소해 지역 경제 하락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세도 추락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골드클래스’ 전용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4월 3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 4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면적대의 주택형은 2018년만 해도 6억1100만원에 실거래됐다.
제주시의 핵심지역인 노형동 ‘노형e편한세상’ 126㎡는 지난 2월 6억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주택형이 지난해 3월 8억3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새 2억원 가까이 폭락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뿐 아니라 단독주택·타운하우스 등 가릴 것 없이 제주도 전방위적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경기 침체로 다들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분양 속출, 건설업계도 등 돌려
분양 시장도 위축됐다. 제주에서 올해 분양한 아파트는 모두 미분양을 기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0.52대1로 나타났다. 최근 5년 동안 제주도 아파트 연평균 청약경쟁률이 미달(1이하)인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월 서귀포시 ‘동홍동 센트레빌’은 일반공급 202가구 모집에 14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0.72대1이었다. 애월읍 ‘제주 테리시티 더숨’은 48가구를 공급하는데 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0.1대1에 그쳤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 미분양 주택은 200가구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1271가구로 급증했고, 2018년 말엔 1295가구로 역대 최고에 이르렀다. 중대형 현장의 분양이 2년 정도 사실상 중단됐지만, 작년 말에도 미분양 주택은 1116가구를 유지했다. 올해 분양 물량은 750가구로 예정돼 작년의(1500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제주 주택시장이 강세였던 2015년과 2016년 제주 아파트 분양 물량은 각각 3369건, 2280건에 달했다.
■내국인·외국인 탈(脫)제주
유행처럼 번졌던 노년층의 제주살이와 국제학교 수요 등으로 제주를 찾던 외지인들도 육지로 돌아가고 있다. 1분기 제주지역 인구는 전입이 2만 9470명, 전출이 3만 38명으로 유입보다 유출이 568명 더 많았다. 제주에 들어오는 인구보다 다른 지방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더 많아진 ‘이동 인구 역전’ 현상은 무려 10년만이다. 제주 이주열풍이 불던 2015~2017년에는 매년 1만5000명가량의 인구가 순유입됐다.
지역개발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제2공항 건립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시민단체는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또, 제주 최대 규모의 리조트로 꼽히는 오라관광단지와 제주신화월드 2단계 개발사업도 각각 경찰 수사와 자본금 확보 난항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 부동산 시장의 침체현상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말고도 토지 가격까지도 정점을 찍었던 제주도 집값이 조정을 받는 중”이라며 “지역 개발이 부진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투자 매력이 떨어진데다 관광산업 부진까지 겹쳐 앞으로 2~3년간 하락세는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