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김형섭 마고퍼스종합건설 대표 “시공사 잘못 고르면 건물 짓다 말고 도망갑니다”
“세상에 비용이 저렴하고 좋은 건축물은 없습니다. 공짜 건축도 없습니다.”
김형섭 마고퍼스종합건설 대표는 건축에 처음 뛰어드는 초보 건축주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대부분 이런 마인드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설계사와 시공사를 선택할 때 무조건 싸게, 싸게만 외치다가 낭패를 본다”며 “작은 건물일수록 적정 공사비를 책정하기 위해 건축주가 기초지식을 쌓고, 발품도 많이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고려대 건축공학과와 미국 뉴욕주립대 석사과정을 밟고 캐나다 부촌(富村)과 우리나라 판교·분당 등지에 100채 이상의 단독주택을 시공했다. 그를 만나 좋은 시공사 고르는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Q.초보 건축주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면.
“건축주가 집을 짓는 것에 대해 아무런 기초지식 없이 무조건 비용만 보고 설계사와 시공사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용만 보고 결정하면 큰일난다. 만약 시공사가 뻔히 돈이 더 드는 것을 알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맺고 시공한다면 나중에 공사비를 추가해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을 덤터기 씌울 수 있다. 아니면 자신이 저렴한 자재, 팔다 남은 제품으로 시공하자고 요구하기도 한다. 부실한 건물, 실제 도면과 완전히 다른 건물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공사가 대충 짓고 끝내려는 심산으로 공사 기간이 터무니없이 빨라지거나 비용 문제로 공사가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다.
만약 이 정도 설계에 얼마가 필요한지 몰라서 싸게 해준다는 시공사, 즉 능력이 없는 시공사를 만나면 최악의 경우 공사를 하다말고 도망가기도 한다. 모든 책임은 건추주 몫이다.”
Q.적정 건축비를 제안하는 시공사를 고르는 방법이 있다면.
“건축이 발달한 나라를 살펴보면 경력 10년 이하 신생 시공사가 살아남기 쉽지 않다. 캐나다의 경우 건축주들이 건축가 자격증보다 시공 경력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단독주택은 현장 소장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환경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해당 유형의 건축물을 많이 시공해본 회사가 실력있을 가능성이 높은 게 당연하다. 다만, 10년 이상 이상 한 우물만 판 시공사라도 최근 3~5년간 해당 건물에 대한 시공 사례가 없다면 위험하다. 건축 인허가 등에 관한 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운영한 시공사이면서 최근 3~5년간 원하는 건물에 대한 다양한 시공사례를 갖고 있는 시공사를 선정해야 적정한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Q.시공계약서 작성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계약할 때 모든 자재 하나하나까지 제품과 가격을 명시해 계약해야 한다. 많은 건축주가 외장재, 주방가구, 심지어는 바닥재로 쓰일 타일 가격도 정하지 않고 시공계약서를 작성하는 실수를 범한다. ‘그 때 가서 정하면 되겠지’라며 미루는 것이다. 계약서에 쓰여있지 않은 자재 비용은 모두 건축주가 추가 공사비로 지불해야 하는 요소다. 예를 들어 자신이 원하는 타일에 대한 대략적인 가격만 정해놓고 시공할 때 건축가에게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의 자재를 요구하면 안 된다. 향후 분쟁으로 이어지고, 결국 건축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제품명, 규격, 시공비용 등 모든 사항을 계약서에 하나하나 명시하기 바란다.”
Q.예비 건축주에게 하고싶은 말은.
“시공사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똑같은 집을 짓는데 어떤 시공사는 8억원에, 또 다른 회사는 10억원에 해주겠다고 한다. 두 시공사가 제시한 금액은 2억원 차이가 난다. 그러면 10억원을 해주겠다는 시공사는 사기꾼이고, 8억원에 해주겠다는 시공사는 실력이 없는 시공사일까. 결국 본인 예산에 맞는 건축을 해야 하고,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선 그만큼 공부하는 것 밖에 답이 없다. 규모가 작은 건축물일수록 건축주의 지식과 발품이 건물을 완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모르면 몇 번이고 물어보고, 진행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자주 현장에 방문해보는 것이 성공하는 건축주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