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가성비'로 365일 불야성…중박은 족히 가능한 상권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0.06.02 05:19

[2020 다시 뛰는 상권] 2080 다 모이는 강북 전통 상권 수유역

[땅집고] 5월 2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일대 먹자골목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북적였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 지난 22일 오후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수유역. 7번 출구 바로 뒤편 먹자골목 곳곳에 2·3층까지 불을 환하게 밝힌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10~20대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 인파가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P주점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이전보다 20~30% 줄었지만 금요일 저녁에는 예전만큼 손님이 많다”고 했다. 인근 편의점 직원 A씨는 “수유역 인근 식당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손님이 적지 않다"고 했다.

수유역 일대는 서울 강북의 전통 상권 중 하나다. 업무지구도 없고 대단지 아파트나 대학교도 없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평일에도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 하루 유동인구만 평균 2만9000여명으로 환승역이 아닌 단일역 중 강북 최대다. 작년 말 기준 수유역 일대 상권 공실률은 2.57%에 불과하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국 주요 상권 중 두 번째로 낮았다. 든든한 배후 수요와 유동 인구, 저렴한 물가 덕에 코로나 파도를 이겨내며 선전하고 있다.

■저렴한 프랜차이즈 업종으로 손님 발길 붙잡아

[땅집고] 수유역 상권은 유동인구와 배후 수요가 많은 안정적인 상권으로 통한다. /이나영 인턴기자


[땅집고] 수유역 상권은 무난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인다. /이나영 인턴기자


수유역 상권은 수유역 중심으로 먹자골목과 강북경찰서 방면 등 상권이 세 곳으로 나뉜다. 손님이 가장 붐비는 수유역 먹자골목은 고급 외식점보다 저렴한 프랜차이즈 술집과 고깃집이 몰려 있다. 주변 대학생뿐만 아니라 서울·경기 북부 젊은 직장인들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든다. 수유역 주점에서 만난 직장인 B(30)씨는 “회사 내 공식적인 회식이 사라졌지만 동료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은 수유역 일대 술집을 찾는다”며 “회사가 있는 종로 인근 술집보다 안주 가격이 평균 2000~3000원쯤 저렴해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수유역 일대는 대학교나 대단지 아파트, 업무지구도 없다. 그런데도 상권이 활기를 띠는 이유는 수유역이 서울과 수도권 북부를 잇는 강북의 교통 거점이기 때문이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북부와 경기 북부까지 이어지는 버스 노선이 많아 출퇴근시 환승객으로 북적인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객은 7만6233명으로 지하철 2호선 교대역, 5호선 광화문역 이용객 수와 비슷하다.

■한때 특색 없고 건물 낡아 외면당하기도

[땅집고] 수유역 일대 중대형 상가 공실률 추이. /이나영 인턴기자


수유역 상권은 한때 특색 없는 노후 상가가 많아 침체를 겪기도 했다. 실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드 사태로 내수가 위축했던 2015~2016년엔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유동인구 대비 월세가 저렴해 창업자가 몰렸지만 저가 프랜차이즈 점포끼리 경쟁 과열로 폐업이 속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젊은층을 겨냥한 대형 유통체인과 멀티플렉스 등이 들어오면서 상권이 다시 살아났다. 우선 수유역 일대로 대학생과 신혼부부를 겨냥한 신축 원룸과 오피스텔이 대거 생겨나면서 배후 인구가 크게 늘었다. 2016년 10월엔 수유역 일대 대로변에 3층 규모 올리브영 매장이 문을 열었고, 이후 알라딘 중고서점·롯데시네마·CGV 멀티플렉스 등 키 테넌트(상가나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모으는 핵심 점포)가 줄줄이 개업했다. 여기에 2017년 9월 수유역 인근에 우이신설선 화계역과 가오리역이 개통하면서 유동인구가 더 많아졌다.

■ “저가 업종 많아 대박은 힘들지만, 기복은 없을 것”

[땅집고]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지난 2월 수유역 먹자골목. /이나영 인턴 기자


전문가들은 수유역은 고급 점포보다 무난한 업종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해 ‘대박보다 안정적인 중박을 노리는 상권’이라고 보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박리다매를 노리는 프랜차이즈 업종이 대부분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수유역은 유동인구 대비 임대료 시세가 저렴해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투자자나 자영업자가 급증했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도 1분기 기준 수유역 상권 임대료는 1㎡당 5만8000원으로 사당역(5만7800원), 신촌역(5만5600원)과 비슷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 이후 상가 거래는 일시적으로 중단 상태다. 수유역 D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유역 일대 전용면적 20평 상가 권리금은 최대 2억~3억원, 이면도로는 7000만~1억원 수준”이라며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로 권리금이 하락하는 추세지만 공실이 나오면 새 임차인이 들어오는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수유역 상권은 수요가 탄탄해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나면 큰 기복없이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권강수 상가의 신 대표는 “수유역 상권은 전통적인 주거 밀집지 상권인데다 주변에 경쟁하는 상권도 거의 없어 위기 상황에서도 다른 상권보다 타격이 적다”며 “코로나 사태만 극복하면 빠르게 예전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기자·이나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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