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부가 최근 서울 용산정비창 개발, 3기신도시 조기 공급 등을 발표하면서 향후 2~3년간 공공분양 아파트가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공 분양은 가격이 저렴하고 중소형이 많아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공공 분양은 청약납입횟수와 납입금액 기준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탓에 오래 묵혀둔 통장일수록 당첨에 유리하다. 실제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은 15년 이상 된 청약통장이 이른바 ‘황금 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짧다면 신혼부부·생애최초주택 구입 등 특별공급 자격 요건을 갖춰 청약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용산정비창 등 노른자 공공분양 많아
정부는 지난 6일 서울 도심에 7만 가구를 추가 공급, 수도권 30만 가구를 조기 공급한다는 ‘수도권 주택 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서울·경기도에서 공공 분양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전망이다.
우선 서울 용산정비창에서 8000가구가 나오는데 이 중 공공분양은 1600가구로 웬만한 대단지 아파트와 맞먹는 규모다.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과천,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4곳에서는 9000가구를 내년 말 사전청약제로 분양한다. 대부분 공공주택이어서 청약저축 납입 기간을 기준으로 일반공급 당첨자를 뽑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수서역세권에서 총 2500가구가 공급된다. 서초구 성뒤마을(1000가구), 송파 성동구치소(1만3000가구) 등도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경기 성남에서도 복정, 판교 제2테크노밸리 등에서 2만6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분양 물량은 전체의 2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 지역들에서만 공공분양이 8000가구 이상 나올 전망이다.
■공공분양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
문제는 공공 분양은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 분양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인데다 분양가도 저렴해 인기가 높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더욱이 공공분양은 가입기간과 부양가족수, 무주택기간에 따라 얻은 가점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민간 분양과 달리 청약납입횟수와 청약납입금액(1개월 최대 10만원 인정)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즉, 납입기간이 길고 납입총액이 많을수록 청약에 유리하다.
수도권 공공분양에 당첨되려면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최소 15년은 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분양한 강서구 마곡9단지는 최소 17년 이상, 납입 금액은 모두 2000만원을 넘었다. 경기 과천 ‘과천 제이드 자이’의 경우 과천 거주자는 16년 이상, 수도권 거주자는 18년 이상 청약저축에 10만원씩 부은 신청자들이 당첨됐다. 경기도 거주 40대 박모씨는 “가입 14년쯤 된 통장이 있어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공공분양도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현재 가입기간 15년이 넘는 이른바 ‘황금 통장’ 가입자들이 넘쳐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4월말 기준 15년 이상 청약저축 가입자는 서울 8만 7525명, 경기·인천 6만 4624명으로 수도권만 15만명에 달한다. 14년 이상 15년 미만 가입자도 수도권에만 5만223명이 있다.
■가입기간 짧다면 특별공급 자격 갖춰야
10년 이상 청약저축 장기 가입자는 공공분양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향후 5년간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물량이 꾸준하기 때문에 통장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다. 반면 청약저축 가입 기간이 짧은 중장년층은 청약 가점을 높여 민간분양을 노리는 편이 낫다. 공공분양 대기수요가 워낙 많아 당첨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짧은 30대의 경우, 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 구입 등 특별공급을 노릴 것을 조언한다. 신혼부부는 혼인 7년 이내로 부부합산 소득이 도시근로자 100%(맞벌이 120%)인 경우 해당한다. 2019년 기준 월 평균소득 100%(3인이하)는 555만원, 120%는 666만원이다. 신혼부부 특공은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자녀가 많을수록 배점이 높다. 생애최초주택의 경우, 세대주·세대원 전원 무주택이어야 하며 부모님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반드시 세대 분리를 해야 한다. 배우자가 결혼 전 주택을 소유한 이력이 있다면 청약이 불가능하다.
지역거주요건도 갖춰야 한다. 아파트가 공급되는 해당 지역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청약 1순위 자격을 얻는다. 예를 들어 고양 창릉은 고양시에 30%, 그 외 경기도에 20%를 우선공급한 뒤 나머지 50%를 서울 등 기타 지역 거주자에게 공급한다. 3기 신도시 첫 사전청약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어 지금 해당 지역으로 이사해도 1순위 자격을 갖추지 못한다. 대신 향후 3~5년후에 시작될 본청약에서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미리 청약하고 싶은 지역을 골라 이사할 계획을 차분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분양은 특별공급 물량이 많아 유형별로 자격요건에 맞춘 청약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