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계약금을 안냈으니 계약도 자동 무효다(유튜버 양팡)”, “정식으로 계약 파기하려면 계약금만큼 위약금 물어내라”(집주인 A씨)

구독자 250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양팡(본명 양은지·23). 그는 지난해 7월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의 속칭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더샵센트럴스타’ 전용 183㎡ 한 채를 8억원대에 매입했다. 당초 가족 5명과 2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그 동안 방송 활동을 통해 모은 돈으로 내집 마련에 성공한 것.

그런데 최근 양씨가 이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계약금 1억1000만원을 ‘먹튀’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 매매계약 성립 요건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지난해 새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동구 범일동 D아파트285㎡도 둘러본 후 매매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집주인 A씨에게 계약금을 내지 않고 잠적했다는 것.

A씨의 주장은 이렇다. 당초 D아파트 펜트하우스를 10억9000만원에 매물로 내놓았는데, 매수인 양팡이 유명인인 점을 감안해 8000만원 낮춘 10억1000만원에 매매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집값의 10%인 1억1000만원, 이 중 500만원은 계약 당일 바로 받기로 했다. 그런데 양팡 측이 ‘OTP(일회용 비밀번호) 카드를 집에 두고 와서 돈을 나중에 보내주겠다’라고 돌아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것.

A씨는 “양팡과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에게 집을 팔지 않고 기다렸다. 3개월 뒤에야 인터넷을 통해 양팡이 다른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사실을 접하고 충격받았다”라며 “부동산 매매계약을 정식으로 파기하려면 양팡이 위약금으로 계약금에 해당하는 1억1000만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팡은 “1억1000만원을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당시 작성한 계약서가 정식 매매계약서가 아닌 가계약서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둘때, 당시 계약 체결을 도왔던 부동산 공인중개사로부터 “가계약금 500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계약이 취소된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한다. 양씨는 정식 계약인 줄 몰랐는 주장의 근거로 당시 계약서에 인감도장이 아닌 자필로 임시서명한 점을 들고 있다. 그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해당 주택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가 2012년 10월 5억9000만원인 것을 확인했다. 이보다 두 배나 비싼 금액에 매수하는 격이어서 공인중개사에게 매매가 하향 조정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바로 전화로 계약 취소 통보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찌됐든 법적으로 따져보면 양팡이 위약금 1억1000억원을 내는 일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는 것. 일단 부동산 매매계약이 체결됐다면 한쪽이 정당한 근거를 들며 계약 효력을 부인하거나 당사자끼리 합의해서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매수인은 약속대로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매매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을 정식으로 파기하고 싶다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민법 제565조 제1항). 양팡과 A씨가 작성한 계약서 6조에 ‘계약금을 위약금(손해배상)으로 본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위약금은 곧 1억1000만원이 된다.

전문가들은 양쪽 주장을 종합했을 때 이번 사건이 양팡이 ‘먹튀 사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고, 단순한 무지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추정한다. 양팡의 주장대로 공인중개사가 중개과정이나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공인중개사법 제 30조). 유튜브에서 ‘킴킴변호사’ 채널을 운영하는 김상균 변호사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사인과 인감도장의 효력 차이는 없다”면서 “일단 서명란에 날인하면 계약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서를 신중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