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리포트] 강남 코앞에 둔 '미니 위례신도시' 어디까지 도약할까
지난달 28일 서울 지하철 5·9호선 올림픽공원역에서 마을버스(35번)를 타고 10분쯤 이동하자, 경기도 하남시 감일지구에 도착했다. 곳곳에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부분 골조 공사는 마쳤고 내부 마감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미 입주가 끝난 아파트도 눈에 들어왔다. 작년 6월 첫 준공한 ‘감일스윗시티12단지(934가구)’. 2016년 12월 분양 당시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가가 4억20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해 12월 6억2000만원에 팔렸다. 분양가 대비 50% 가까이 치솟았다.
감일지구는 행정구역상 하남시에 속하지만 서울 송파구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딱 붙어있다. 전체 지구 면적은 168만7000㎡다. 북쪽으로 미사강변도시, 남쪽으로 위례신도시를 끼고 있다. 주택 1만3120가구와 인구 3만2000여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주택 수 기준으로 인근 위례신도시(4만여가구)의 3분의 1 쯤 된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감일지구를 ‘미니 위례신도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일지구는 내년이면 아파트 입주가 모두 끝난다. 2010년 지구 지정된지 약 11년 만이다. 총 18개 아파트 단지 중 올해 절반 정도인 7개 단지, 내년에 나머지 11개 단지가 각각 입주한다. 위례, 하남미사 등 주변 신도시에 비하면 규모는 작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10~15분이면 서울 강남권에 도착할 만큼 입지가 좋아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관심이 많다.
■ 입지 좋지만 대중교통 열악…2026년 감일역 개통 호재
감일지구는 입지상 서울이나 마찬가지다. 송파구 올림픽공원역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1.5㎞ 떨어져 있다. 지구 어디에서나 송파구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송파구 생활권에 속한다는 평가다. 마을버스로 10~15분이면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한다.
문제는 서울까지 체감거리는 직선거리에 비해 훨씬 멀게 느껴진다는 것. 현재 감일지구의 대중교통은 민망한 수준이다. 지구 안에 운행하는 버스노선 2개(마을버스 35·38번)가 전부다. 배차간격은 20~30분에 달한다. 이마저도 공휴일에는 30~40분까지 늘어나는 일이 잦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그런데 최근 교통 호재가 발표돼 주민들이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정부가 인근 교산신도시를 3기신도시로 지정하면서 감일지구에 지하철 3호선을 연장하기로 한 것. 오는 2026년까지 지구 안에 감일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만약 예정대로 완공하면 기존 오금역과 연결해 서울 강남 접근성이 크게 좋아질 전망이다. 다만 지하철 개통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몇 년씩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34평 아파트 호가(呼價) 10억 육박…송파구 따라잡기는 힘들어
현재 감일지구에서 매매가 가능한 아파트는 ‘감일스윗시티12단지(B7블록)와 ‘감일스윗시티14단지(A4블록)’ 2곳 뿐이다. 지금까지 입주한 아파트 대부분이 임대주택이기 때문이다. 감일지구에서 가장 최근 이뤄진 실거래는 지난해 12월 ‘감일스윗시티12단지’ 84㎡ 6억2000만원(12층)이다. 같은 기간 84㎡ 기준으로 송파구 마천동 ‘송파파크데일1단지(2011년 입주)’는 8억원, ‘마천금호어울림1차(2002년 입주)’는 7억5000만원에 각각 팔렸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감일지구 신축 아파트와 송파구 외곽의 입주10년 이상된 아파트 가격 차이가 1억5000만~2억원 정도인 것.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앞으로 감일지구와 송파구의 집값 격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지구 조성 마무리를 앞두고 감일지구 84㎡ 아파트 호가는1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 ‘감일스윗시티14단지’ 84㎡는 9억400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지난해 6월 5억4717만원(13층)에 거래한 것과 비교하면 70%나 올랐다. 감일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거래할 수 있는 아파트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대다수 집주인이 6년 후로 예정된 지하철역 개통만 목 빠지게 기다리면서 매도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은 감일지구 집값이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수준까지 뛸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일지구 집값이 입주민들 바람과 달리 인근 미사강변도시나 위례신도시 수준까지 오르는 것이 최대치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임대주택과 행복주택이 절반 이상인 소규모 택지지구 집값이 서울 요지의 아파트 가격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자들에게 감일지구는 상당히 좋은 내집마련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어도 지하철역이 개통할 때까지는 집값 상승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