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세청이 최근 고가 아파트를 샀거나 비싼 전세를 얻은 사람들 가운데 편법 증여 등이 의심되는 500여명을 강도 높게 조사한다.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517명에 대해 탈세 혐의를 확인하고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7일 밝혔다.
우선 국세청의 자체 조사를 통해 가족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받은 자금으로 서울·수도권 등의 고가 아파트를 사거나 비싼 전세를 얻은 것으로 드러난 146명이 대상이다. 아울러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 부동산 거래 신고내용 합동조사' 후 세 차례에 걸쳐 국세청에 통보한 2000여건의 탈세의심자료(1차 532건·2차 670건·3차 835건)를 바탕으로 선정한 탈루 혐의자 279명도 포함한다.
이밖에 다주택을 보유한 미성년자, 호화·사치 생활 고액자산가, 고가 아파트 취득법인, '꼬마빌딩' 투자자 등 92명도 자금출처 등에 대해 국세청의 조사를 받는다.
국세청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난 탈루 혐의자 사례에는 형으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싼값에 사고 모친에게 전세 임대한 30대 전문직 종사자, 비상장법인 주식을 법인 대표인 부친으로부터 매입한 뒤 단기간에 얻은 차익으로 고가 아파트를 사들인 소득 없는 40대 등이 포함됐다.
관계기관 합동 조사를 통해 넘겨받은 탈세 의심자 명단에는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거액을 빌렸다고 소명했지만 실제로는 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30대 직장인, 비싼 아파트를 공동 취득했지만 실제로 구입 대금은 대부분 남편이 부담하는 방법으로 배우자에게 편법 증여한 부부도 있었다.
국세청은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이들이 자산 취득에 사용한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파악하고, 연루된 사업체·법인·친인척 등까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차입금을 바탕으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전세 거래한 경우, 차입을 가장한 증여인지를 집중 검증하고 앞으로 원리금을 지속적으로 상환하는지까지 철저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이 관계기관이 3차로 국세청에 통보한 탈루의심 사례의 전체 주택 취득금액 7450억원 가운데 차입금이 70%에 달한다. 자기 돈 한푼 없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도 91건이나 있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고액 자산가의 편법 증여는 대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성실납세 의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조사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의 탈세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