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당 발끝만 쫓던 성남 구도심, 이젠 "웃돈만 5억"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0.05.05 04:57

[발품리포트] 올해만 1만 가구 이상 분양…성남 구도심에 부는 봄바람

[땅집고]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지하철 8호선 산성역 3번 출구를 나가자마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출입구 공사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이 아파트는 오는 7월 말 입주하는 ‘산성역 포레스티아(4089가구)’다. 신흥주공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아파트로 경기도 성남시 구도심 재건축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새 아파트를 지어 입주하는 단지이고, 구도심 일대에서 최대 규모다. 입주가 가까워 오면서 이 일대 집값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땅집고]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 성남시 산성역 포레스티아. 성남시 수정구 첫 재건축 단지다. /박기홍 기자


3년 전 ‘산성역 포레스티아’ 분양 당시, 84㎡(이하 전용면적) 주택형의 분양가는 5억7000만원이었다. 현재는 11억원 안팎에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호가는 11억원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분양가 대비 두 배 정도 가격이 치솟았다. 단지 맞은 편에 위치한 일등공인중개사사무소 김명희 대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거래가 뜸해지긴 했으나, 집 주인들은 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금액을 낮추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방문한 당일에도 이 중개업소에는 오전부터 포레스티아 가격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었다.

판교·분당·위례 등 대규모 신도시에 밀렸던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 등 이른바 성남 구도심에 새 아파트 바람이 불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이 활발히 진행하면서 낡은 주거지가 신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지리적으로 서울 강남과 가까운 데다 정비사업을 통해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함에 따라 서울 집값을 피해 외곽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린다는 분석이다.

[땅집고] 성남 구도심 재건축·재개발 구역 지도. /이지은 기자



■난개발로 형성된 성남 구도심, 생활인프라는 풍부해

성남시 구도심은 중원구와 수정구 일대를 말한다. 1970~1980년대 뚜렷한 정비계획 없이 난개발로 형성된 다세대·연립주택 중심의 주거지다. 성남시 북쪽에 자리잡고 있어 강남 접근성은 분당이나 판교에 떨어지지 않지만, 오래된 빌라,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으로 주택 수요자들이 외면했다. 행정구역상 같은 성남이지만 구도심의 집값은 분당·판교에 비해 3.3㎡(1평)당 1000만~1500만원 정도 낮다.

[땅집고] 다세대주택과 빌라 중심으로 주거지가 형성된 성남시 수정구 일대. /박기홍 기자


하지만, 성남 구도심이 일제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들어가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이곳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성남 구도심은 20개 구역으로 나뉘어 사업이 진행 중이고, 약 4만 가구가 들어선다. 택지지구 아파트는 집을 지어도 대중교통이나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해 입주 초기 2~3년간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수정·중원구는 사업만 진행되면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남 구도심 땅값도 강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1분기 성남 수정구 땅값은 1.92% 상승해 전국 시·군·구별 상승률 기준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경기 하남시(1.84%)와 광명시(1.83%)가 뒤를 이었고 성남 중원구(1.65%)도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중원구 중앙동 명성공인중개사사무소 신민욱 대표는 “성남 구시가지는 위례나 판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며 “지하철 8호선이 모란역에서 판교역까지 연장하는 사업도 확정돼 광교나 수지로 빼앗긴 판교신도시 수요도 흡수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땅집고] 2020년 1분기 전국 시군구별 지가변동률.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의 지가상승률이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 낙후한 주거지가 1만5000가구 신도시로

올해 분양하는 물량도 많다. 산성역을 주변 수정구·중원구 일대에서 올해만 약 1만 가구가 넘게 분양된다. 분양이 가장 임박한 단지는 ‘산성역 센트럴파크 자이&푸르지오(신흥2구역)’다. 5월 분양 예정으로 총 4774가구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1718가구다. 지역 중개업소는 일반 분양가를 3.3㎡(1평)당 2000만원 초반대로, 30평대 분양가가 7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근 포레스티아의 30평대 주택이 10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첨되면 시세차익이 제법 될 것으로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전망한다.

[땅집고] 이달 중으로 분양 예정인 수정구 산성역 센트럴파크 자이&푸르지오(신흥2구역) 부지. /박기홍 기자


수정구 산성구역(3365가구)과 중원구 도환중1구역(2212가구)도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들 사업장이 모두 올해 일반분양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산성구역은 포레스티아, 자이&푸르지오와 함께 산성역 3대장이라 불리는 재개발 구역이다. 조합은 지난 2월 관리처분인가 총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잠정 연기했다.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산성구역에서 30평대 아파트 한 채를 받으려면, 현재 웃돈 4억원가량을 더해 평균 8억원 이상이 필요해 일반분양 예상가보다 오히려 자금이 더 들어간다. 이성만 스카이2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조합원들이 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 매물도 내놓지 않고 있어 거래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땅집고] 경기 성남시 신흥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재개발 부지 내 매물의 가격이 붙어있다. /박기홍 기자


작년 5월 중원구에서 동시에 분양한 신흥역 ‘하늘채랜더스원(중1구역·2411가구)’과 ‘e편한세상 금빛그랑메종(금광1구역·5320가구)’은 오는 11월에 1년 6개월의 전매제한이 풀린다. 59㎡는 5억원대, 84㎡는 6억원대에 분양이 이뤄졌는데, 웃돈은 2억~3억원가량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 중개업소에서는 오는 5월 센트럴파크 자이&푸르지오의 성공적인 분양 이후 연말까지 활발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원구 중심지에 위치한 두 단지는 2022년말 입주 예정이다.

성남 구도심의 새 아파트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정비사업지에 투자할 때는 ‘사업 기간’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주변 집값만 보고 투자했다가 사업이 지연되면 금융 비용이 투자 수익을 넘어서 손해가 날 수도 있다. 현재 구도심에서 추진되고 있는 10여 개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외에도 2030 성남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포함된 신흥1·3구역과 상대원3구역, 태평3구역 등 구역별로 사업 속도가 제각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성남 구도심은 대지지분이 작은 빌라가 많고 구역간 사업성 편차가 크고, 사업이 과도하게 지연되면 투자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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