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자연에 내려앉은 산골마을 2층 주택
대만 가오슝 한적한 산 속 시골마을 아공디안에는 저수지 가까운 곳에 ‘자연에 내려앉은 2층 주택(COMFORT IN CONTEXT)’이 있다. 언덕을 그대로 살려 지은 집이다. 건물 1층 천장 높이에서 언덕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주변 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인데 마치 창밖 숲이 집안으로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 건축 개요
건축사무소 : 체인10 아키텍처(Chain10 Architecture)
위치 : 대만, 가오슝
건축면적 : 280.06㎡
규모 : 지상 2층
프로젝트건축가 : 쿵푸 로(Keng-Fu Lo)
사진작가 : 치민 우(Qimin Wu)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건축가는 집 내부에 개방감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 1층을 절반씩 나눠 실외와 실내 공간으로 구분했다. 실외 공간에는 안마당과 주차장을 넣었고, 실내에는 안마당을 조망할 수 있는 거실과 주방을 배치했다.
2층에는 개인 공간을 꾸몄다. 바깥 경치를 잘 조망할 수 있도록 테라스를 만들면서도 프라이버시(사생활)를 보장하는데 신경썼다. 2층에 배치한 욕실에 창을 냈는데, 1층 실외 공간 위쪽까지 2층을 확장해 테라스 공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산중턱 경사에 지은 이 집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풍경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언덕 모양을 그대로 살렸다. 남서풍이 부는 이 지역의 기후를 활용해 집안 습도, 온도 등을 조절하고 냉난방비를 아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창 밖으로 사계절 감상할 수 있는 거실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에서 쉽게 감상할 수 없는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 거주자들은 계절의 변화를 사시사철 알아차릴 수 있었다. 거실 창 너머로는 너도밤나무를 심었다.
건축가는 집이 자연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조명 하나를 설치하는 것도 자연 풍경을 훼손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치했다. 밤에 불을 밝혀도 하늘과 주변 숲이 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 여름철 남서풍 불어 냉난방비 절약
공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주택을 나무로 둘렀다. 더운 기후의 대만에서 여름철 남서풍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한 덕분에 냉방비를 아낄 수 있었다. 겨울철에는 남쪽 언덕이 찬바람을 막아주는 구조라 난방비가 절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