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피 튀기는 재건축 수주전…후분양·미분양 떠안기 등 카드 남발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0.05.04 12:37 수정 2020.05.04 14:46

[땅집고] 분양가 상한제가 정비사업 최대 난제로 떠오르면서 서울 강남 주요 단지 재건축 수주전에 후분양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남 재건축 수주전이 지나치게 과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 조선DB


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경우 입찰에 나선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각각 후분양을 제안했다. 반포3주구의 경우 재건축 가구수가 총 2091가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500가구가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100% 준공 후 분양'을 제안했다. 삼성물산의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반포3주구의 후분양으로 조합측 분양수입이 2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다.

경쟁사인 대우건설 역시 선분양, 후분양과 함께 리츠 방식을 모두 제안했다. 조합이 원하면 조합 부담 없이 후분양을 하거나 리츠 회사를 설립해 일반분양 분도 사주겠다고 했다.

준공 후 분양을 해도 똑같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분양가에 있어 가장 비중이 큰 토지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공시지가 상승폭만큼 상승한다. 최근 공시지가 인상 속도를 생각하면 준공 후 분양이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비 업계에서는 앞으로 분양가에 민감한 강남권 재건축 수주전에서 후분양 사업 제안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은 공정률의 70% 시점에 일반분양을 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입주 때까지 분양대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후분양 외에 다른 무리한 사업 제안도 잇따른다. 포스코건설은 신반포21차 수주를 위해 대물변제 안까지 내놨다.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가 올라 일반분양분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건설사가 대신 떠안겠다고 제안했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의 관리처분인가를 공사도급계약 체결 후 3개월 만에 진행하고, 공사 기간도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단축해 34개월 이내에 마무리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업기간 단축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해 조합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의 사업비 조달 금리를 0.9% 고정금리로 제시했다. 대우건설은 이 수준의 금리로 조달이 어려울 경우 회사측에서 이자율 차액을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후분양이나 파격적인 수주 조건 제안으로 발생한 손실이나 수익감소를 건설사들이 다른 쪽에서 만회하려 하면 결국 조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에 분양과 관련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도움은 되겠지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다른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후분양만으로 조합의 요구가 모두 충족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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