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건축주와 검증된 건축가·시공사를 연결해 주는 건축플랫폼 ‘땅집고건축’의 설계 파트너인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과 홍예지 프리랜서 기자가 함께 펴낸 책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포북)’를 통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을 소개합니다.
[마당 있는 집] 땅 모양 고스란히 살린 협소주택 ‘상도동 삼각집’
세상에 100% 똑 같은 사람이 없듯이 단독주택도 저마다 다른 모습을 지닌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하는 단독주택은 면적이나 조건, 형태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건축가가 설계한 단독주택은 흔히 ‘아파트보다 비싸다’, ‘부자들만 지을 수 있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런 탓에 목돈을 가진 50~60대 중장년층이 주로 단독주택을 희망하고 젊은층 수요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30~40대 젊은층도 단독주택 생활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조그만 땅에 짓는 협소주택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시골이나 외딴 지역이 아닌 서울 도심에 짓더라도 땅이 크지 않아 자금 부담이 없으면서도 단독주택의 이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어서다. 특히 네모반듯한 땅이 아닌, 해당 토지가 지난 독특한 모습을 그대로 살린 설계가 속속 등장해 주목된다.
◆ 건축 개요
위 치: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건축구성: 단독주택, 제2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81.40㎡(24.62평)
건축면적: 48.83㎡(14.77평)
연 면 적: 160.30㎡(48.49평)
규 모: 지상 4층
구 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설 계: 리슈건축사사무소
사 진: 이한울 나르실리온 포토그래피 작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대부분 협소주택 설계는 좁은 대지 탓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다. 하지만 흔히 시도해볼 수 없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건축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도를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설계 욕구를 불태우는 건축가도 많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협소주택이 들어설 공간은 상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맞은편 너비 25m 도로에 접한 삼각형 모양 땅이었다. 이 필지는 많은 이들이 자투리 땅이라고 여길만큼 크지 않았다. 자투리 땅은 그냥 버려지는 공간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이 조그만 땅이 도시 전체에 큰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느 집단에서 분위기 메이커가 한 명만 있어도 그 무리가 활기를 띠듯이, 건축물 하나가 동네 혹은 지역 전체의 인상을 탈바꿈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 삼각형 모양 그대로 쌓아올린 삼각집
삼각집의 대지는 보행자 이동이 많은 도로변에 위치해 눈에 잘 띄는 곳이었다. 건축주는 이곳 1·2층에 임대형 근린생활시설, 3·4층과 다락은 건축주가 거주할 주택으로 짓기로 계획했다.
어떻게 설계할까 고민하다가 이 땅이 생긴 모양을 살려 삼각형으로 집을 짓는 방법을 생각했다. 여기에 저층부 상업 시설인 주차와 진입 계단, 상층부에 위치한 주거 부분 테라스 등이 삼각형의 형상을 변화시키도록 꾸몄다. 이러한 형상은 인위적인 입면 구성의 느낌을 덜고, 건축 기능의 공간적 모습을 그대로 표출시키도록 도왔다.
상도동 삼각집에 진입하는 방법은 땅이 좁은 관계로 도로에 접한 계단이 유일하다. 그래서 계단 역시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해야 했다. 삼각집의 계단은 한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이를 통해 도시의 가로 면과 대칭을 이루며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낸다. 보행로와 이어진 계단이 1·2층 내부 공간과 중첩되면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울러 수직 방향으로 꾸민 루버(louver·채광창)가 시간에 따라 빛을 분산하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더해졌다.
■ 수직 계단과 테라스, 천창(天窓)으로 쏟아지는 빛
협소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테라스’ 공간도 빼놓지 않았다. 3~4층 건축주의 집은 수직 계단과 층층 테라스로 구성했다. 3층 거실 테라스와 4층 중앙 테라스, 옥상 테라스에서는 너른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더욱 풍부한 일상의 경험이 가능하다.
중요한 포인트는 상업시설이 들어선 2층 한 쪽에 3~4층 건축주 주택으로 오를 수 있는 현관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2층 현관을 통해 일자 계단을 오르면 3·4층과 다락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단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계단은 오브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천창을 통해 내려오는 빛과 함께 계단이 좁은 면적 속에서 시각과 공간적인 요소를 동시에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