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절세 목적으로 내놓은 급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구입할 때에는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2019년2월 준공)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전용 84㎡의 경우 총선 이후 이전 최고가(26억3000만원)보다 3억 원 이상 내린 ‘급급매’ 물건이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가 늦어도 5월 말까지 팔아달라며 내놓은 것이다. 5월 말까지 집을 팔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고, 6월 말까지 팔면 보유세는 내더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에선 고점 대비 7억원까지 떨어진 아파트도 나왔다. 반포동 C공인 대표는 “7억 내린 26억8000만원 짜리는 현금 많은 자산가가 이미 사갔고, 지금은 28억원짜리 급매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아파트가 지난해 최고가로 34억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6억원 낮은 값이다. 최근 1개월 평균 매물은 31억3704만원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단지에서도 다주택자가 5월말까지 소유권 이전하는 조건으로 나온 매물이 5~6건에 달한다.

다주택자의 경우 6월 말까지 아파트를 팔면 수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A씨(2주택자)가 2009년 9억원에 매입한 ‘은마아파트’를 전세를 놨을 경우(전세보증금은 5억원) 6월말 전 시세 19억원에 팔면 양도세 3억2000만원을 내지만 이후에는 5억3000만원을 내야한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세금만 2억1000만원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수자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어 이른바 ‘현금부자’들만 매입할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절세 목적의 매물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강남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강북에 이어 수도권으로 집값 하락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