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을 끼고 있는 상암동에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하니 고양 덕은지구 택지개발지역이 나왔다. 높은 펜스 너머에서 지난해 말 분양한 ‘덕은DMC 에일린의 뜰’ 아파트 기초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으로부터 500여m 떨어진 곳에 가양대교가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강서구 마곡지구다. 상암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서울 바로 옆에 붙어서 개발하는 택지지구로는 덕은지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덕은지구는 서울 상암동과 맞닿은 한강변에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은 좋지만, 집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이다. 지하철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입지와 주거 환경에서는 고양시 여러 택지지구 중에선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은지구에서는 지난해 대방건설, 중흥건설 등 중소건설사가 지은 아파트 3곳이 분양했고, 올해 들어서는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분양한다.
■ 고양 덕양구, 8만6000가구 개발하는 수도권 서부 대표 주거지
고양 덕양구는 수도권 서부의 대표적 신도시인 일산에 가려 그동안 주거지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은평구 등 서울 서쪽 경계 지역과 바로 붙어있다. 접근성 면에서는 고양시 중에서 서울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지난해 발표한 창릉 신도시(3만8000가구)가 속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덕은지구(4706가구)외에도 삼송지구(2만5941가구) · 지축지구(9144가구) · 향동지구(8933가구) 등 대규모 택지지구가 동시에 개발 중인데, 모두 합하면 총 8만6724가구에 달한다.
덕은지구에선 자동차로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DMC)와 마곡지구까지 10~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일산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특히 덕은지구는 서울 상암·강서 마곡이 반경 3km 내에 위치해 있어 사실상 같은 생활권을 공유한다.
업계에서는 덕은지구로부터 북쪽으로 약 8km 정도 떨어진 삼송지구의 성공 사례에 주목한다. 삼송지구는 2만5941가구 규모로 조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현재 이웃한 서울 은평구보다 아파트 가격이 높게 형성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삼송지구에 위치한 ‘삼송2차아이파크’(2015년 입주) 전용 84㎡는 지난달 7억85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2011년 입주) 전용 84㎡는 2월 7억2500만원(7층)이었다.
■지하철은 없지만, 서울 바로 옆·한강변 입지 희소성 높아
덕은지구는 지하철3호선을 끼고 있는 삼송지구와 비교하면 서울 핵심지까지의 접근성은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다. 서울 상암동 바로 옆에 위치해 상암의 기존 인프라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상암DMC 내에는 MBC본사, KBS미디어센터, JTBC, CJ E&M센터 등 각종 언론·방송기업이 있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경의중앙선) 인근에 각종 상업시설 을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일대에서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이 2025년 착공 예정이다.
2030년 쯤에는 덕은지구 내에 원종홍대선이 지나는 덕은역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원종홍대선은 경기 부천시 원종동에서 출발해 덕은지구를 거쳐 서울 홍대까지 잇는 전철 노선으로, 2019년 12월 사전 타당성조사를 마쳐 현재 국토교통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이 본격화하면 지하철 교통망도 추가될 수 있다.
■ 상암동 배후주거지로 부상… 단지별 분양가 따져 봐야
덕은지구는 앞으로 상암동의 배후 주거지로서 이웃한 향동지구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상암동은 전용 84㎡ 기준 10억원 정도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데, 아파트를 추가로 지을 땅이 없어 인접한 경기도권 택지지구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 약 1만가구 규모 입주가 마무리되는 향동지구에서는 ‘DMC리슈빌 더포레스트’(84㎡)가 최근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곳과 비교하면 작년 7월 덕은지구에서 ‘고양 덕은대방노블랜드’의 분양가(84㎡)가 6억원 3000만원 내외였으므로 당시 분양가 기준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했다. 현재는 전매제한으로 분양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덕은지구에서 앞서 지난해 3개 단지 1600여 가구가 분양했고, 모두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이달부터는 덕은지구에서 대형사인 GS건설이 ‘DMC리버파크자이(702가구)’, ‘DMC리버포레자이(318가구)’ 등의 이름으로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한다. 두 단지를 포함해 총 1600여 가구 규모 자이 브랜드 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어 삼정건설도 ‘고양덕은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382가구)를 올해 안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덕은지구는 희소성 높은 한강변 입지에다 강변북로를 이용한 도로 교통 등 확실한 강점이 있다”며 “다만 원종홍대선을 비롯한 개발 계획들이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고 각 단지별로 분양가를 따져본 후에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