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비거주 전입신고 가능한 방 구합니다. 월세는 2만~5만원 선에서 협의, 쪽지로 연락주세요.”
최근 서울·수도권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이 하루에도 수 십건씩 올라온다. 실제로 거주할 것도 아니면서 전입신고가 가능한 원룸이나 고시원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고시원 등 저렴한 원룸 매물이 주로 올라오는 A커뮤니티에 ‘비거주 전입신고’라고 검색했더니 올해 3개월여 동안 등록된 게시글이 총 205건이다. 지난해 전체로 45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왜 그럴까.
땅집고 취재진이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며 홍보글을 올린 서울의 한 고시원에 전화를 걸어봤다. 고시원 관계자에게 “전입신고 때문에 연락했다”고 말하자마자, “혹시 청약 때문에 그러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이 근처 다른 고시원들은 1년에 25만원을 한꺼번에 받는데, 우리는 15만원만 받는다”며 “우편물이 오면 중요한 것들은 따로 잘 챙겨두고 나머지는 폐기하겠다”고 했다.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고시원이나 원룸에 위장 전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목적은 오직 하나다. 이른바 로또가 된 새 아파트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한 것. 서울의 경우 1년 이상 거주해야 당해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원룸·고시원 위장 전입이 유행하고 있는 것.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175명 ▲11월 -899명 ▲12월 -786명 등으로 연달아 마이너스(-) 였던 서울 순이동 인구 수가 올 들어 1월 4407명, 2월 6052명 등으로 급증했다.
최근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 방을 찾는 수요자들은 하나같이 ‘1년 단위’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수요에 맞춰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대놓고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하니 언제든 문의 달라”며 위장전입을 홍보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어차피 원룸이나 고시원을 주로 이용하는 대학생이나 고시생은 전입신고 비율이 매우 적어 집주인들 입장에선 전입신고비를 챙기는 것이 이득인 셈이다. 보통 월세는 2만~5만원 정도로 책정하며, 6개월이나 1년 단위 선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수도권 1순위 청약 거주 요건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아예 2년짜리 전입신고가 가능한 곳을 찾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런 위장 전입 수요를 노린 소위 ‘먹튀’ 사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1년 월세 계약금이 20만~30만원 선에 불과해 계좌로 계약금을 바로 송금하는 위장전입자들이 많은데, 집주인들이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는 식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거주 전입신고가 된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1년치 월세를 송금했는데, 당초 전입신고가 안 되는 방인 데다가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 연락이 끊어져도 신고를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위장전입 사실이 발각될 가능성은 없을까. 이런 걱정에 대해 서울 종각역 인근 한 고시원 관계자는 “전입신고할 때 정확한 호수를 적지 않아도 된다. 관할 구청에서 ‘해당 세입자가 실제로 거주하는 것 맞냐’라고 묻는 전화가 왔을 때, ○○호에 살고 있다고만 대답하면 넘어갈만큼 검증이 허술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구청에서 직접 위장전입 조사를 나와도 경찰을 대동하거나 큰 사건사고가 나지 않는 한 방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기 때문에 위장전입자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위장전입 등을 통한 부정 청약 당첨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2019년 불법 청약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209건 중 위장전입이 119건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운 좋게 청약 당첨된다고 해도 추후 위장전입 등 불법 행위가 밝혀지면 당첨이 취소되고, 적발일로부터 최장 10년 동안 청약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