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각종 통계 발표에도 수요자들은 여전히 집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과 대출 규제로 초고가 아파트에 하락세가 집중된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미약하나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값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광진구 등 한강변 아파트 시장이다. 특히 강남3구에서는 급매물이 조금씩 거래되면서 중대형은 물론 소형도 내림세가 퍼지고 있다.
마·용·성 지역에서도 15억원 안팎 아파트들이 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으로 호가를 조금씩 낮추는 분위기다. 특히 마포에서 선호도가 높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올 1월 16억5000만원(14층)으로 최고가를 찍었다가 불과 한 달만인 2월에 14억9000만원(8층)으로 내렸다.
하지만 실수요가 집중된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아직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구로구(0.05%), 노원구(0.03%), 도봉구(0.03%) 등 지역은 지난주에도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동북권이나 서남권의 중소형(40㎡ 초과~60㎡ 이하) 아파트 시장은 아직 오름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중저가 시장은 초고가 시장에 비해 상승폭이 적었던 데다, 실수요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호가가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하락을 체감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 제동이 걸리고, 급매물 거래도 좀 더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호가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지만, 지역 대표 단지들은 하방 경직성이 매우 강하다”면서 “금리가 낮아 이자 부담이 적은 탓에 매수세가 없어도 가격을 낮추지 않고 버티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관건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얼마나 집값에 영향을 미칠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실물 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한 만큼 일부 지역 아파트값의 ‘풍선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다”며 “곧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도 강남처럼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