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0억짜리 집 사고선 대뜸 "6개월만 15억에 전세 살아줘요"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4.12 17:17 수정 2020.04.12 20:40
[땅집고] 국내 최고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조선DB


[땅집고] 서울에 거주하는 A씨. 최근 강남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집주인에게 “6개월 정도 단기 전세를 떠안아달라”고 부탁했다. 최근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 등 거래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매도자에게 정부 조사를 피할 동안에만 전세입자로 살아달라고 요구한 것. A씨가 매수하려는 아파트 시세는 30억원 정도며, 전셋값은 15억~16억원 선이다. A씨는 만약 현재 집주인이 전세로 들어온다면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15억원에 대한 자금만 증빙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소위 ‘갭(gap) 투자’와 마찬가지 효과인 셈이다.

최근 고가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자금출처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매수자가 기존 집주인과 단기 전세 계약을 맺는 이른바 ‘꼼수 거래’가 등장했다. 지난해 12·16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전면 금지되자, A씨처럼 매도자에게 전세 계약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 막히면서 최근 매도자에게 전세 거주를 요구하는 매수자들이 나오는 추세”라며 “정부의 자금조달계획서 조사가 2~3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집주인이 6개월 정도만 전세로 살아주면 비정상 거래로 의심받지 않아 자금출처조사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도 매수인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 5~6월에 서둘러 집을 팔아야 양도소득세 중과나 보유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급매물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매도자들은 매수자 사정을 최대한 봐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아파트 급매물 가격이 더 하락하면서 이미 계약을 체결한 매매 금액을 깎아달라는 다툼도 가끔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소 다음달까지는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데다가, 매도자들이 가격을 더 낮출 경우를 감안하면 매매계약 관련 분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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