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부동산 시장이 충격을 받으면서 국내 투자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증권사들이 지난 수년간 해외 부동산과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투자에 열을 올린 탓에 현지 부동산의 가치 하락이나 리츠의 배당 중단·축소와 주가 급락 등으로 피해가 예상된다.
8일 NH투자증권 등 증권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등지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중단·매장 폐쇄로 인해 배당 중단·축소와 주가 급락을 겪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내 43개 주와 워싱턴DC가 자택 대피 명령을 내리는 등 다수 지역에서 생필품을 제외한 업종의 사업체·점포가 휴점에 들어간 영향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호텔·숙박 업계다. 대표적인 관광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의 경우 네바다주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필수 업종 외 모든 매장의 문을 닫도록 지시하면서 모든 호텔·카지노가 텅 비어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제2위의 호텔·리조트 리츠인 ‘파크 호텔&리조트’(Park Hotels & Resorts) 주가는 연초부터 지난 6일(현지시간)까지 72.17% 폭락했다. 이 리츠를 포함한 13개 미국 호텔 리츠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수익·유동성 악화에 배당 중단 또는 배당금 삭감을 발표했다.
상가 등 리테일 업계에서도 미국 최대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Simon Property Group)이 지난달 18일부터 프리미엄아울렛과 쇼핑몰 등 미국 내 209개 전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 회사 주가는 연초 이후 63.17% 떨어졌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공실 확대에 더해 미국에서 '임차료 납부 거부 운동'(rent strikes)이 확산하면서 향후 부동산 전반 임대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의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설정액은 3월 말 현재 54조7935억원(금융투자협회)에 달한다. 지난 몇 년간 해외 부동산 간접 투자 붐이 일면서 2015년 말(11조2779억원) 대비 약 5배로 늘어난 규모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 금액도 2017년 말 약 2조7000억원에서 작년 6월 말 현재 약 8조원으로 급증했다고 한국신용평가는 추산했다.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의 최대 확산 지역이 되면서 현지 부동산에 집중 투자한 증권사와 관련 해외부동산 펀드들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러 대형 증권사들이 작년 앞다퉈 사들인 유럽 부동산 등의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이날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6개 증권사를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거래와 해외부동산 투자 등의 취약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다수 증권사의 자산 재판매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장기간 자금 공급을 유지해야 하고 자산평가손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