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건축주와 검증된 건축가·시공사를 연결해 주는 건축플랫폼 ‘땅집고건축’의 설계 파트너사인 리슈건축 홍만식 소장과 홍예지 프리랜서 기자가 함께 펴낸 책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포북)’를 통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을 소개합니다.
[마당 있는 집] 꼭 필요한 공간만 남기고 덜어낸 ‘울진 젠가하우스’
‘채우는 것=풍족’이라는 공식이 당연시되던 때가 있었다. 각종 소품, 먹거리, 인테리어 등 사람의 욕심을 작은 공간에 꽉꽉 채우던 시절. 채워야만 마음이 풍족했다. 그만큼 원하는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없는 시절이어서 조건이 될 때마다 무언가를 채워넣기 바빴다.
그러나 이제는 비움의 미덕을 알게 됐다. ‘좀 더’가 아닌, ‘지금보다 가볍게 덜어내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 그렇게 점차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일상 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살고자 하는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은 물건 구매에만 국한되지 않고 건축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아파트를 벗어나 자신만의 건축물을 짓기 시작하는 움직임이 늘면서 반드시 꽉꽉 들어찬 건물이 아닌, 공간적인 풍부함을 줄 수 있는 비움의 형태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 이렇게 주변 환경과 순응하며 적당히 비워낼 수 있는, 그런 건축물의 시대가 열렸다.
◆건축개요
위 치: 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 읍내리
용도지역: 도시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205.00㎡(62.01평)
건축면적: 121.73㎡(36.82평)
연 면 적: 317.47㎡(96.03평)
규 모: 지상 3층
구 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주차대수: 2대
설 계: 리슈건축사사무소
사 진: 김재윤 작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경북 울진군 울진읍에 들어선 ‘울진 젠가하우스’는 비움의 미학에서 첫걸음을 시작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주어진 프로그램과 연계된 외부 공간을 각 층에 계획하자는 것. 땅 모양에 맞춰 용적을 채우고, 주변 환경에 대응해 외부 공간을 비우는 방식으로 형태를 잡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젠가 게임’을 떠올렸다. 나무 블록을 쌓은 후 차례로 하나씩 빼내고 다시 쌓으며 균형을 잡아 버티는 게임이다. 시장길에 접하면서 외부 마당을 갖춘 1층 상가, 대로변 테라스가 있는 2층 사무실, 남향 테라스가 있는 3층은 마치 젠가 놀이처럼 무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군데군데 비어 있는 형태를 갖게 됐다.
■ 젠가 게임처럼 텅 빈 공간…계단으로 균형잡아
젠가 형태로 된 이 집은 상가주택으로 계획했다. 시장 입구 쪽에 들어선 젠가하우스는 이 일대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위치 특성상 1 층과 2층에 있는 상가는 접근성이 좋아 유동인구를 모으는데 염려가 없는 편이었다.
모든 층이 계단으로 이어지는데, 계단 한쪽 모서리 부분을 2개 층 높이만큼 비워 출입구임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공간에 깊이감이 생겼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2층의 넓은 테라스나 1층의 마당과 시선이 교차하게 되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더해졌다.
■ 층마다 넣은 마당, 내부와 외부 잇는 역할
울진 젠가하우스는 쉽게 지나칠 수 있던 마당이라는 작은 공간에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부여했다. 또한 임대 가구에서도 일반 건물에서 느낄 수 없는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1층에는 작은 마당을, 2층에는 테라스 공간을 두어 세입자들이 잠깐이나마 힐링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3층은 아파트를 벗어나 단독주택처럼 마당이 있는 공간을 원했던 건축주 의견에 따라 설계했다. 주인 세대가 사는 3층은 남쪽의 매스를 비워 마당을 만들고, 거실과 이어지도록 꾸몄다. 마당과 접한 안방에서도 ‘ㄱ’자 창을 통해 마당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내부 곳곳에서 마당을 조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건축주 요구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되는 알파룸도 만들었다. 천창(天窓)을 통해 따사로운 햇빛이 스며드는 동쪽에 위치한 이 알파룸은 남편의 작업실, 아이의 놀이방, 비 오는 날의 빨래 건조실 등 그때그때 생활 필요에 맞춰 유연하게 이용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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