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강북의 신축 아파트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던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집값도 최근 1억원 넘게 하락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특히 이 지역 아파트들이 15억원 이상에 대한 대출 규제와 종부세 규제 등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마포구 아현동 일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59㎡(이하 전용면적)가 14억7500만원에 팔렸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16억5000만원(14층)에 거래하며 해당 주택형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지난 2월 이보다 1억6000만원 낮아진 14억9000만원(8층)에 팔린 이후 집값이 또 한번 하락한 것이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 113.86㎡ 실거래 추이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억8000만원(10층)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1월 14억8000만원(1층), 3월 14억7000만원(2층) 순으로 거래되는 등 집값이 15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마용성’ 집값이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대출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정부가 12·16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대출이 막혔다. 집값이 15억원 미만이라도 9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을 20%만 적용한다. 그동안 강남 뿐 아니라 마용성 집값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웬만한 신축 30평대 아파트들이 실거래 15억원을 넘겼다.
이 가격대 아파트들이 올해 종합부동산세(1주택 기준 공시가격 9억원) 대상으로 대거 편입된 영향도 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3년 만에 최대 상승(14.75%)하고, 이 중에서도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 공시가는 21.15% 오르면서 이 가격대 아파트들은 올해부터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39㎡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격이 8억6400만원으로 보유세가 245만8000원이었는데, 올해에는 공시가가 10억8400만원으로 오르면서 예상 보유세액이 354만2000원이다.
대출이 막히고 종부세 부담이 늘자 매수세가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마포구에서 거래된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총 13건에 그친다. 직전 3개월(2019년 10~12월·116건) 대비 88.8% 줄어든 수치다. 월별로 보면 ▲1월 6건 ▲2월 6건 ▲3월 1건 등이다.
매수 실종으로 집주인들은 기존 최고가 대비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거래 건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런 급매물 위주로 팔리면서 마용성 집값은 ▲마포구(0.03→-0.02%) ▲용산구(보합→-0.01%) ▲성동구(보합→-0.01%) 등 일제히 하락세다.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 웰스트림’ 84.98㎡은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가인 15억3000만원(30층)이었는데, 올해 2월에는 14억9000만원(16층)에 팔리며 15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기존에는 단지별로 최고가에 맞춰 내놓은 매물이 많았지만, 대출이 금지되고 종부세 부담이 늘면서는 15억원 이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마용성 일대 집값 하락세에 대해 “최근 급매물 거래 한 두 건만으로는 시장 상황을 단언할 수 없긴 하지만, 앞으로도 강남 집값 조정기가 계속된다면 마용성 등 강북 핵심 지역 집값도 따라서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