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총 9510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큰 아파트로 2018년 12월 입주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이 아파트 소유자인 A씨. 지난해 12월 84㎡(이하 전용면적) 아파트가 분양가의 2배가 넘는 19억5000만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는 것을 보고 올해 세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에서 ‘헬리오시티’를 검색했더니 공시가격이 나오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국토부가 올 3월 1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4월 8일까지 소유자들에게 이의신청을 받은 뒤, 4월 29일 확정한다. 그런데 이 공시가를 아예 조회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바로 미등기 아파트에 사는 경우다. 실제로 입주가 끝난 아파트라도 여러 이유로 미등기 상태여서 집합건축물대장에 오르지 않았다면, 공시가격 사이트에서 공란(空欄)밖에 볼 수 없는 것. 한마디로 아파트가 ‘출생신고’하기 전에는 공시가격을 받아볼 수 없다는 의미다.
대부분 이제 막 입주해 아직 등기를 마치지 못한 새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올 2월 입주한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가 대표적. 지난해 입주한 단지 중 비교적 빨리 등기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2월)’과 은평구 녹번동 ‘래미안베라힐즈(8월)’ 등은 올해 공시가격을 받았다.
그런데 입주한지 수 년이 지났어도 공시가격 조회가 안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 경우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지은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다. 사업 막바지에 조합원 내부 갈등이나 분담금 산정 지연 등 행정 절차상 이유로 소유권이전고시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로 은평구 불광동 불광4구역을 재개발한 ‘불광롯데캐슬’은 2013년 준공했지만, 바로 옆 불광5구역과 중학교 부지 분담금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약 5년 동안 미등기 상태였다. 2018년 문제를 해결한 후 2019년부터 공시가격 확인이 가능해졌다. 마포구 아현동 아현4구역을 재개발한 ‘공덕자이’ 입주민들은 2015년 입주 후 아직도 등기를 못했다. 재개발 사업 당시 토지수용 단계에서 강제로 현금청산 당했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조합측에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시가격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세금은 어떤 기준으로 매겨질까. 우선 한국감정원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준(準)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이른바 미공시자료를 전달한다. 공시가격과 마찬가지로 주변 아파트 감정평가 선례나 실거래가 등을 종합해서 산정한다. 이 미공시자료를 어느 수준으로 반영할지는 지자체 재량이다(소득세법시행령 제 164조, 지방세법 제 4조). 지자체가 책정한 가격을 아파트 실질 소유주에게 개별공지하는데, 해당 아파트 공시가격 이력에는 포함되지 않으며 공개 열람도 불가능하다.
오랜 기간 미등기 상태였던 아파트가 첫 공시가격을 받는 해에는 시세 상승폭이 공식 반영돼 체감 세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 성동구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2018년 2월 입주)’ 한 채를 보유한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는 “미등기 첫 해는 일반분양가 수준으로 공시가격이 산정됐는데, 이듬해 등기를 마친 후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56%나 올랐다”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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