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3구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지방 거주자들의 이른바 ‘상경(上京) 투자’가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 등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우려되며 강남3구에 급매물이 늘자 지방 자산가들이 이를 강남 입성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매매 거래 911건 중 외지인(서울 외 거주자)이 매입한 거래가 265건(2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강남3구 아파트 외지인 매매 비율은 지난해 11월 24.9%, 12월 26.4%, 올해 1월 27.9% 등으로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작년 12·16 대책으로 15억 초과 주택은 담보 대출이 금지됐고, 9억~15억원 이상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20%만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남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은 지방 자산가들로 추정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금 여유가 있는 지방 자산가들이 급매로 나온 강남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강남 아파트에 급매물이 늘자 이번 기회에 좋은 물건을 찾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 뿐 아니라 비(非) 강남권 서울 거주자들도 강남구 급매물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 2월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7단지’ 53㎡(전용 면적)를 영등포구 주민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매가는 직전 최고가인 17억원보다 2억원 저렴한 15억 4500만원이었다. 이 집을 매수한 사람은 강남의 저렴한 급매물을 찾더 중 매물이 나와 영등포구에 소유한 집을 정리하고 목돈을 보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강북권 아파트 외지인 매매 비율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월 서울 전체 지역 아파트 매매거래 중 외지인 비율이 23.9%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26.1%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1월 24.9%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현금 동원력이 좋은 자산가들이 강남3구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 지역 집값을 단단하게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집을 사는 한 기존 집값은 더 견고해진다”며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강남 집값이 더 떨어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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