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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1위?"…집값 기록 세운 오산의 이유있는 폭등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4.01 04:07 수정 2020.04.03 14:57

[발품 리포트] 잠잠하던 오산 부동산시장, 돌연 들썩이는 까닭은

[땅집고]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에서 바라본 오산시내 아파트. /이지은 기자


“오산은 원래 이렇게 집값이 단기간에 오르는 지역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최근 2~3개월만에 대장주들은 2억원 가까이 오르네요. 하다하다 LH아파트에도 수 천만원 웃돈이 붙어서 팔릴 정도라니까요.”(경기 오산시 내삼미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지난 18일 만난 오산시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부터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의아하다는 분위기였다. 오산은 경부고속도로 축에 자리잡은 도시다. 하지만, 수원이나 동탄 남쪽이어서 서울 출퇴근은 거의 불가능하다. 2000년대 후반 ‘오산세교신도시’가 개발됐지만 주택 경기가 위축되자 가장 먼저 신도시 사업이 중단된 곳 중 한 곳이 오산이다. 지난 2년간 수도권 집값이 급등할 때도 오산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 1월까지 중개사무소가 투자자들로 꽉 찰 정도였다. 하루에 10팀씩은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평일에도 6~7명씩 몰려왔는데, 우리나라에 돈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로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땅집고] 오산 내삼미동 새 아파트에 웃돈이 1억원 넘게 붙었다. 사진은 오산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오산세교자이. /이지은 기자


오산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신도심인 내삼미동.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을 끼고 있는 ‘오산세교자이(2018년 입주)’가 이 일대 대장주로 꼽힌다. 지난해 3억5000만~3억8000만원 선이던 이 아파트 83㎡(이하 전용면적)가 올 1월 역대 최고가인 5억7000만원에 팔렸다. 주로 3억원 중반대에 거래됐던 바로 옆 ‘세교신도시 호반베르디움’ 84㎡도 이달 4억38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땅집고] 경기 오산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한국감정원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3월 둘째주 오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1.95%로 전국 1위를 찍었다. 오산 집값 상승률이 1%대를 넘은 것은 해당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처음이다. 같은 기간 2위인 구리(1.3%), 3위 군포(1.18%), 4위 세종(0.98%)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그동안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됐던 오산이 갑자기 주목받게 된 이유가 뭘까.

■ ‘2차 풍선 효과’에 공급 부족 겹쳐

정부가 2·20 대책을 내놓은 이후 기존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중심의 풍선효과가 경기 남부 지역으로 옮겨갔는데, 집값이 저렴한 오산도 이런 ‘2차 풍선효과’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산은 정부가 집중 규제하는 9억원 이상 아파트 비율이 ‘제로(0)’에 가까워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수월하다. 이 곳에선 최근 강화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인 6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도 찾기 힘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오산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는 5억5000만원짜리 ‘금암마을휴먼시아데시앙’ 150㎡다.

[땅집고] 오산 아파트 입주량 추이. /부동산지인


올해부터 오산에 새 아파트 공급이 끊기는 점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줬다.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오산 아파트 입주량은 2017~2019년 연 평균 5020가구였다. 하지만 올해 596가구를 비롯해 ▲2021년 0가구 ▲2022년 404가구 순으로 줄어든다. 오산이 소도시라는 점을 고려해도 입주 물량이 작다. 게다가 오산에는 입주 10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 비율이 약 80%에 달한다. 새 아파트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땅집고] 오산을 찾은 외지인들은 주로 새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찾는다. 사진은 4억원짜리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2억원 넘게 붙은 오산대역 더샵센트럴시티. /이지은 기자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투자자들은 입주 5년을 넘기지 않은 ‘오산세교자이’나 ‘세교신도시 호반베르디움’ 등 새 아파트를 주로 찾는다”며 “지난해 8월 전매제한이 풀린 ‘오산대역 더샵센트럴시티’ 4억원짜리 분양권에도 2억~2억5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이 워낙 저렴하다보니 한 번에 아파트 8채를 사간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무더기’로 매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제 혜택을 받는 법인투자자들이었다”라고 했다.

■ 개발 기대감 높지만 지금 사면 ‘상투’잡을 가능성

[땅집고] 지하철 분당선 연장사업 개요. /이지은 기자


오산시는 교통 호재도 꽤 있다. 서울 강남과 오산을 연결하는 분당선 연장 사업(기흥~동탄2~오산, 18.45km)이 대표적.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사업인 만큼 입주민과 투자자 기대감이 크다. 만약 개통하면 강남까지 기존 1시간 30분에서 30분 이상 단축될 전망이다. 오산시 교통과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해 8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었는데, 지자체간 협의와 추가 분석이 필요해 용역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올해 3월 안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오산과 동탄2신도시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필봉터널도 개통한다. 오산 주민 대부분이 남동탄으로 출퇴근하는 점을 감안하면 생활 편의와 직결되는 호재다. 터널 개통시 남동탄까지 차로 10분, 수원까지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당분간 이 같은 호재들 영향으로 한 번 오른 호가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내삼미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나와있는 매물은 전부 집값을 올려서 내놓은 새 매물”이라며 “현재는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배액배상까지 감당하면서 계약을 파기하느라 거래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오산처럼 소도시 부동산 시장은 투자 목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거래 10건 정도로도 전체 지역 집값이 들썩거릴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오산 아파트를 매입하면 최고점에 물릴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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