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2·16대책 여파로 올해 초 급감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2월(계약일 기준)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강남권 초고가 주택에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급매물이 나오자 매수 대기자들이 적극적으로 계약에 나섰고, 비강남권 중저가 주택에서는 풍선효과가 벌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월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했음을 감안할 때 3월 거래량은 다시 줄어들 전망이다.
3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0일까지 거래 신고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총 8074건으로 1월의 6476건에 비해 24.7% 증가했다. 이는 2018년 9·13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2월 거래량(1456건)은 물론, 2017년(5730건), 2016년(5364건)보다 훨씬 많다. 주택 거래량이 폭발했던 2018년(9168건)에 비견될 정도다.
특히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최근 강남권의 경우 고점 대비 2억~3억원 이상 저렴한 급매물이 나오면서 대기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영향이 크다. 실제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전용 76.5㎡의 경우 최고 21억원대에 팔리던 것이 2월에는 18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급매물이 소화되며 현재까지 거래 신고된 건수가 1월에 3건에서 2월 11건으로 늘었다.
이달 13일부터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으로 투기과열지구내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는 예금잔액증명서 등 15종에 달하는 자금조달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갈아타기 수요 외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만하다.
부동산 거래 신고 기간은 종전까지 계약 후 60일이었으나 2월 21일을 기점으로 이날 이후 계약분은 신고 기간이 30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1월 계약분은 60일의 신고 기간이 원칙적으로 이달 31일에 종료되지만 2월 계약분은 21일 이전 거래물량의 신고 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2월 거래량은 추가로 신고되는 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3월 계약 건수는 총 2602건에 그치고 있다. 3월 계약분은 4월 말까지 거래 신고가 이뤄지기 때문에 한 달의 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현재 신고 추이로 볼 때 2월 수준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은 코로나 충격에 따른 글로벌 경기 흐름과 총선 결과,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5~6월까지 내놓는 다주택자의 급매물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위기 탈출을 위해 쓰고 있는 양적 완화 조치도 변수"라며 "시중에 수많은 자금이 풀린 상태에서 유동성이 또다시 증가하고 경제가 회복될 경우 추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코로나·보유세 부담,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강남권은 물론 강북도 거래 추이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여서 거래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보유세·양도세 중과 회피 급매물이 얼마나 많이, 싸게 나오느냐 따라 거래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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