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가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책은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 펴낸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입니다.
[땅집고 북스] 입주 물량 많은 지역은 피해야 할까?
2018년 46만 가구, 2019년 40만 가구. 지난 2년간 전국 기준으로 아파트 총 86만 가구가 신규 입주했다. 1기 신도시 입주 초기인 1990년대 초반 이후 최대 물량이다. 이를 두고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 주인이 세입자에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는 이른바 역(逆) 전세난이 발생하면서 부동산 시세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몰리는 지역에 이런 전망은 적중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상 모든 지역이 동시에 오르고 동시에 내린 적은 없다. 지역마다 세부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주 물량이 많았던 과거의 특정 지역별 사례를 돌아보고, 그 지역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지 아니면 문제를 해결했는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입주 물량 과다로 역 전세난이 발생했던 지역의 현재 모습을 보면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대기 수요 풍부한 지역에서 역 전세난 발생하면 매수 적기
과거 역 전세난이 문제가 된 지역의 대표 사례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이다. 2007년 전후로 약 2만5000가구가 잠실 권역에 입주했다. 잠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대규모 입주로 잠실과 주변 지역 전세 시세는 급락했다. 전세 시세가 떨어지면서 전세를 끼고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급하게 매도에 나섰다. 이로 인해 매매 시세까지 빠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세 약세 현상이 얼마나 지속했느냐다. 잠실 아파트 단지는 이후 전세금이 매매가를 넘어선 것은 물론 매매가 역시 입주 때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당시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잠실발 역 전세난 관련 뉴스는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현재 기준으로 잠실 지역을 복기하면 역 전세난이 발생하고 매물이 넘쳤던 그 시기가 오히려 매수 적기였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잠실처럼 대기 수요가 충분한 지역은 역전세 시기를 적정 매수 시기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수요 부족한 신규 택지 개발지는 주의
하지만 모든 지역, 모든 아파트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입지와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아파트의 경우 역 전세난을 대비한 출구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내 자체 수요가 부족한 지역이 대표적이다. 잠실처럼 중심 지역이 아닌 경우, 특히 신규 택지 개발지 중 배후 수요가 없는 지역은 입주 물량 증가 이후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지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 대기 수요가 충분한 곳과 달리 수요가 부족한 지역은 지속적으로 시세가 빠질 수 있다.
지은 지 오래 된 아파트 주거지가 형성된 지역 인근에 신규 아파트가 대규모로 입주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기존 아파트의 수요가 신축으로 이동한다. 이때 대기 수요가 없는 지역이라면 기존 아파트부터 전세금이 하락한다. 다른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해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조건이라면 다시 적정 시세로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시세가 하락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아파트 시세가 떨어지면 신규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기존 아파트와 신규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큰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입지나 상품에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신규 아파트를 선택했던 수요층이 다시 기존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물량이 많다고 무조건 해당 지역을 회피할 필요는 없다.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 가운데 수요가 충분한 지역은 역 전세난을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전세를 희망하는 임차인들은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금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입지 상황에 따라 대응 전략을 준비하면 오히려 양질의 상품을 매수할 기회가 된다.
반면, 대규모 입주로 기존 아파트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곳에서는 대응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대기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면 신규 아파트 입주 2년이 되기 전에 출구 전략(매도)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