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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급등에 화들짝…"집 팔겠단 사람 수두룩" 시장 술렁

뉴스 한상혁 땅집고 기자
입력 2020.03.22 14:11 수정 2020.03.22 23:28

[땅집고]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단지에서는 지난 20일 한 중개업소에 매물 3건이 한꺼번에 등록됐다. 앞서 19일 발표된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에 따라 올해 전용 84㎡의 상당수가 공시가격 9억원을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된다. 아현동의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용 84㎡의 호가가 15억~16억원 정도로 아직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공시가격까지 급등하면서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달라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 푸르지오' 단지./조선DB

코로나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공시가격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코로나 발(發) 집값 하락이 우려되는 분위기에 보유세 부담까지 커져 고민에 빠진 집주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공시가격 발표 첫 주말 중개업소에는 집주인들의 매도·세금 등 상담이 이어졌고, 매수자들은 2억∼3억원 이상 싼 급매물만 사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는 자신의 소득으로 보유세 부담이 힘들다는 의미의 '보유세 푸어(Poo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에 보유세 충격…강남·마용성, "집 팔겠다" 늘어

강남권에서는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30∼40%씩 급등한 단지가 많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한 채만 있어도 보유세가 1600만원이 넘고, 대형이나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보유세로 수천만원을 내야 한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 발표 이후 확실히 매도를 염두에 둔 상담 전화가 늘었다"며 "매도 가능 금액, 양도세 등 상당히 구체적으로 물어오는 게 전과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 공시가격 인상 등에 따른 최근 강남3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변화./국토교통부


이런 가운데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매물은 5~6월 사이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올해 종부세 부담을 피하려면 5월 말까지 팔아야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한시 혜택을 받으려면 6월 말까지 팔아야 한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 역시 "현재 양도세 중과 유예 기간에 팔려고 내놓은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2건, 집값 하락과 보유세 걱정에 내놓은 매물이 1건 있다"며 "전고점 계약금액 대비 5% 정도 낮은 금액인데 거래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강남만큼 공시가격이 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일대도 매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역시 올해 공시가격 상승폭이 컸던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는 급매물이 크게 늘진 않았으나 매수세가 위축된 분위기다.

■'보유세 푸어' 걱정…반전세 돌리고 증여 상담 늘어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카페 등에는 보유세 걱정을 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강남은 웬만한 전용 84㎡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보유세가 1000만원이 넘고, 강북도 인기 지역에서는 수백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더 커서 강남권과 '마·용·성' 등지에 3주택을 보유한 경우 보유세가 최대 1억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이나 주택 투자에 '올인'한 직장인들 사이에는 소득으로 보유세 감당이 어렵다는 의미의 '보유세 푸어(Poo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보유세 감당이 어려운 일부 다주택자들은 전세를 반전세로 돌려 월세로 보유세를 충당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부부 공동명의로 돌려 절세를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강서구 마곡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 인상 이후 1주택자는 별 동요가 없지만 보유세가 급증하는 2·3주택자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매매가 잘 안 되니 증여, 공동명의에 대한 상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은 지난해 말 시세로 산정되는데,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한 곳이 늘면서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도 역대급이 될 전망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입주자 연명으로 단체 이의신청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 영등포동7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소득이 없는 나이드신 분들은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팔아야겠다는 말도 많이 한다"며 "올해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상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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