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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기던 세종 집값 돌연 폭등…"이건 전초전에 불과"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3.20 04:37

[지방 집값 집중분석] 8·2대책 맞고 주춤했던 세종 집값, 다시 폭주하나

“지난 2년 동안 갖고 있던 세종시 새롬동 아파트 가격이 제자리걸음이라 매물로 내놓았죠.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집 보러 온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혹시 더 오를까 싶어 바로 매물을 거둬들였습니다.(세종시민 A씨)”
“5년 전 쯤 세종시 고운동 끝자락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샀는데, 한동안 거래도 안되고 월세·전세도 너무 싸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집을 내놓자마자 하루 만에 최고가에 팔렸습니다. (세종시민 B씨)”

[땅집고] 2019~2020년 세종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국토교통부


새롬동은 세종시 주민들의 주거 선호도가 높은 동네 중 한 곳이다. 정부세종청사까지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지역 핵심 상가들이 몰려있는 나성동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새뜸마을11단지 더샵힐스테이트’는 새롬동의 핵심 단지다. 올해 2월 이 아파트 98㎡가 10억5500만원(8층)에 팔리면서 처음으로 10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8억5300만원·6층) 거래와 비교하면 집값이 3개월만에 2억원 넘게 올랐다.

세종시에서 대전과 가장 가까운 대평동의 대장주 아파트인 ‘해들마을6단지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도 마찬가지 상황. 올해 2월 이 아파트 99㎡(이하 전용면적)가 10억80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해당 주택형 역대 최고가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비슷한 층이 8억2000만원에 팔렸는데, 두 달새 실거래가격이 2억6000만원 급등했다.

[땅집고]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한국감정원


세종시 아파트 시장은 4~5년 공무원과 수도권 투자자 뿐 아니라 대전 실수요자까지 끌어 모으며 호황을 누렸지만, 2017년 8·2 대책에서 서울과 함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뒤로는 집값이 한풀 꺾였다. 한동안 잠잠하던 세종시 집값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폭주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약 2년 동안 대체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지난해 11월 2주 0.03%로 본격 상승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는 상승률이 ▲2월 3주 1.41% ▲2월 4주 1.52%를 차례로 찍었다. 지금까지 최고 상승률이었던 2012년 12월 2주(1.35%) 기록을 7년 만에 넘어선 수치다. 통상 특정 지역의 집값 주간 상승률이 0.5%를 넘어서면 급등세로 판단한다.

■세종시 아파트 ‘입주 폭탄’ 끝나

[땅집고] 세종시 아파트 입주량 추이. /부동산지인


전문가들은 세종시 집값이 작년 말부터 치솟는 첫번째 이유로 입주량 급감을 꼽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 아파트 공급량은 ‘폭탄’ 수준이었다. 부동산 시장 분석회사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지난 6년(2014~2019년) 동안 연평균 입주량이 1만4629가구였다.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난해 세종시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의 비중)은 37.1%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새 아파트가 귀해질 전망이다. 앞으로 입주량이 ▲올해 5632가구 ▲2021년 7668가구 ▲2022년 2157가구 등으로, 예년에 비해 3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다. 세종시 인구가 지난해 2월 32만326명에서 올해 2월 34만3788명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인구가 10여% 정도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 대전 집값 따라 ‘키맞추기’ 들어간 세종시

[땅집고] 2019년 세종 및 대전 주요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 비교. /이지은 기자


인근 대전 집값이 폭등하면서 세종 집값도 ‘키맞추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종시는 대전보다 신축 단지가 많고 개발 가능성이 높은데도 집값이 저평가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집값이 슬슬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대전 집값은 지난해 4월 4주부터 약 10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2018년 입주한 유성구 도룡동 ‘도룡SK뷰’ 84㎡가 지난해 11월 10억1000만원(7층)에 거래하며 대전 84㎡ 아파트 중 처음으로 ‘10억 클럽’에 진입하기도 했다.

세종시 공인중개사들은 “지난해 대전 아파트에서 차익을 볼 만큼 본 투자자들이 세종시로 유입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세종시 아파트 실거래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총 500건이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1791건으로 거래량이 3배 넘게 늘었다.

[땅집고] 세종시 '가락마을20단지 호반베르디움5차' 전경. /네이버 로드뷰


세종시 고운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까지 세종시 핵심인 새롬동·대평동 대장주 아파트가 집값을 이끌었지만, 34평 아파트가 4억원에 못 미치는 중저가 단지가 밀집된 고운동·아름동·종촌동 등 나머지 동네 집값도 1억~2억원 정도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고운동, 아름동 같은 동네는 전세금도 제법 높게 형성돼 1억~1억5000만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어 투자 수요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실거래 16건 평균이 3억406만원이던 ‘가락마을20단지 호반베르디움5차’ 84㎡가 올해 2월 4억4000만원에 팔렸다. 집값이 두 달만에 1억3500만원 넘게 올랐다. 주변 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아파트 공급 과잉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소된 만큼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금까지 집값 변동 흐름을 보면 세종과 대전은 함께 상승했다. 세종이 오르면 대전이 추격하고, 대전이 오르면 세종이 다시 따라잡는 식”이라며 “아직 세종시 집값 상승폭이 지난해 대전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올해에도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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