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수억 뚝뚝' 심상찮은 부동산 시장…"강남부터 하락 시작될 것"

뉴스 박기홍 기자
입력 2020.03.20 05:31

[땅집고]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가라 앉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호가에서 3억~4억원씩 빠진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3년 동안 집중적으로 규제를 쏟아낸데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여파가 강남 부동산 시장에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18일 공개한 공시가격 인상안에 따르면 강남권 주택 공시 가격이 급등하고 세금도 폭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7% 상승해 지난해 14%보다 더 올랐다. 특히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3구가 집중적으로 상승해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강남구의 경우 25.5%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송파구도 각각 22.5%, 18.4%씩 올랐다.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소유자의 경우 올해 내야하는 세금만 50% 가까이 증가한다. 땅집고가 부동산세금 전문 스타트업 ‘아티웰스’와 함께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권 2주택자의 경우 주택 보유세만 대기업 연봉 수준(5000~6000만원)까지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시장에선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까지 대폭 늘어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해주는 올 6월까지 급매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모습. /조선DB


■송파·서초구 수억원 낮춘 급매물 잇따라 나와

서울 송파·서초구에선 최근들어 시세보다 수억원 낮은 급매물이 수시로 등장해,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6일 1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의 매물은 21억원에 거래됐지만, 석달 새 5억원 떨어졌다. 지난달 말(18억5000만원) 가격보다 2억5000만원 떨어졌다. 가족간 증여 혹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라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국토부 확인 결과 이는 정상 거래였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지난 6일, 전용면적 84㎡가 시세보다 3억원가량 낮은 가격 16억원에 거래됐다. /조선DB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84㎡(이하 전용면적)도 지난 2월 21억7000만원(5층)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해당 주택형 최고가 2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집값이 2개월 만에 5억원 가량 하락했다. 직전 거래인 25억5000만원보다도 3억8000만원이 낮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대표하는 대치동 은마 아파트도 3개월 사이 호가가 2억원 정도 하락했다.

김순성 강남구 압구정동 이화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도 시세보다 3억~4억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는데 다주택자가 양도세 부담으로 급하게 내놓은 매물이다”며 “평균 가격까지 급락한 상황은 아니지만 불안 심리가 계속 더해진다면 가격 조정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땅집고] 강남3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정부 규제에 코로나까지…강남4구 1년만에 동반 하락

강남권 주택시장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관망세 속에서도 손님들의 발길과 매수 문의가 이어졌지만,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끊겼다. 매수세가 끊기면서 시세보다 싼 급매물만 거래 되고 있다. 정부가 대출을 막고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의 자금 조달 관련 증빙서류까지 내게 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고, 코로나 여파로 실물경기가 급격하게 얼어 붙으면서 강남 부동산 시장도 확실하게 꺾이고 있다.

각종 통계와 조사에서도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침체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매물앱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 중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8.4%에서 52.1%로 14%포인트 올랐다. 반면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은 19.5%에서 12.8%로 줄었고 15억원 초과의 비중은 9.4%에서 3.4%로 낮아졌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 3구 아파트값은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14 분석에서도 3월 3째주 서울 강동(-0.06%), 서초(-0.02%), 송파(-0.01%), 강남(-0.01%) 등 동남권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 업체 조사로 강남4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이다.

[땅집고] 서울 주요 지역 매매 가격 변동율. /부동산114



■“‘세금 폭탄’ 떠안은 다주택자 6월 안으로 급매물 내놓을 것”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예상보다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해외 증시 폭락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강남권 고가 아파트값의 약세를 시작으로 주택시장 전반이 하락장을 보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내야하는 세금이 50% 가까이 더 늘어나면서 급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땅집고] 전국 아파트 거래량 변화. /조선DB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금 폭탄까지 떠안은 다주택자들이 강남3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급매물을 추가로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강남 아파트는 15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아예 대출이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금리가 내려도 수요가 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리스크가 큰 시장에선 시장 관심이 높은 강남 아파트부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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