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재건축은 규제가 너무 많고, 새 아파트는 당첨되기 힘들고….”
최근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서울시내 뉴타운 예정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이른바 블루칩으로 꼽혔던 강남 재건축이 정부 규제로 꽁꽁 묶이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20~40대 수요자의 경우 청약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아파트 당첨이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부동산 가격도 덜 올랐던 뉴타운 사업지들이 틈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타운 사업은 주택 뿐만 아니라 도로, 공원 등 도시기반 시설을 체계적으로 확충하는 정비사업이다.
서울시가 지난 20여 년간 3차에 걸쳐 뉴타운을 추진했다. 전문가들은 뉴타운 사업지 중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발이 진행 중인 ‘3차 뉴타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3차 뉴타운은 2006년 지구지정된 이후 금융 위기를 맞아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곳들이 많다. 땅집고가 부동산 전문가 추천을 받아 3차 뉴타운 중 유망지역 3곳을 뽑아 분석했다.
1. 가장 인기 높은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3차 뉴타운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북아현 뉴타운은 현재 진행 중인 3차 뉴타운 중 가격이 가장 비싸고 웃돈도 많이 붙었다”며 “워낙 많이 올라서 그만큼 여유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아현 뉴타운은 도심 접근성이 최대 강점이다.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 충정로역(2·5호선 환승역), 경의중앙선 신촌역이 골고루 지난다. 2구역의 경우 뉴타운 내에서도 입지가 우수해 제2의 ‘경희궁자이’가 될 만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북아현 뉴타운에서 서울시청까지는 걸어서 30~40분, 대중교통으로 10여분 걸린다.
북아현 뉴타운은 5개 구역으로 나누어 개발한다. 1-2구역과 1-3구역은 각각 아현푸르지오(2015년 입주·3885가구)와 e편한세상신촌(2017년 입주·1910가구)으로 준공했다. 1-1구역에 들어선 힐스테이트신촌(1226가구)은 올 8월 완공할 예정이다. ‘e편한세상신촌’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 2월 14억6000만원(5층)에 거래돼 분양가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2구역과 3구역이다. 두 곳 모두 규모가 크며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완공까지 약 7~10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지형이 가파른 언덕으로 노후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서울시는 북아현 2구역과 3구역의 경사 지형을 고려해 아파트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했다. 저층부터 고층 주거단지가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한 것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들에 따르면 2구역의 대지지분 80㎡(24평) 다가구주택 매물이11억원선에 거래된다. 감정평가액 3억5000만원에 웃돈 7억5000만원이 붙었다. 전세(2억1000만원)를 끼고 다가구주택을 사려면 9억원 정도 필요하다. 김유림 리치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북아현2구역은 작년보다 웃돈이 1~2억원 올랐다”며 “2구역과 3구역 모두 조합원 수보다 분양가구 수가 2배 가량 많기 때문에 대지지분이 다소 작더라도 80% 이상은 원하는 면적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했다.
2. 소액 투자 가능한 노원구 상계뉴타운
강북에서 소액 투자가 가능한 대표적인 곳이 상계뉴타운이다. 상계동은 상계주공 아파트 등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했다. 하지만 아파트촌 북쪽은 3차 뉴타운으로 묶여 있다. 북한산을 낀 지하철 4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을 둘러싼 상계뉴타운은 산자락인데도 평지라는 점이 특징이다.
상계뉴타운은 오래된 판자촌이 많아 건물의 80%가 무허가이거나 땅이 국공유지다. 속칭 ‘뚜껑’이라고 불리는 무허가 건물을 찾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건물만 소유해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매물은 현재 1억원대 후반에서 3억원에 거래 가능해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무허가 주택을 구입할 때는 조합이나 관할 구청에 문의해 향후 조합원 지위를 얻을 수 있는지,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상계뉴타운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하철 교통 호재 때문이다. 뉴타운 중심에 있는 지하철4호선 석계역은 앞으로 개통할 동북선 경전철 종착역이 될 예정이다. 동북선은 지하철 1∙2∙4∙5∙6∙7호선과 분당선, 경의중앙선 등 8개 노선과 환승이 가능하다. 향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지난다.
상계뉴타운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4구역으로 ‘상계역센트럴푸르지오(810가구)’가 올 1월 입주했다. 59㎡ 입주권이 올 1월 7억3000만원(18층)에 팔렸다. 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상계6구역 ‘롯데캐슬’은 오는 4월 분양 예정이다. 주민 이주와 철거가 끝났다.
3. 강남에서 유일한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강남권에서는 송파구 끝자락이자 위례신도시 북쪽의 거여·마천 뉴타운이 있다. 강남 3구 중 유일한 뉴타운이다. 송파구에서도 가장 낙후한 변두리 동네였는데 최근 북위례 아파트 청약 열기가 확산하면서 투자자 이목도 쏠리고 있다.
거여2-1구역과 2-2 구역은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각각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로 거듭난다. 두 단지는 84㎡ 기준 분양가가 8억5000만원대였는데 현재 입주권 시세는 12억4000만원(21층)에 육박해 웃돈만 4억원이다.
마천 1·3·4구역은 조합설립인가 이전 단계다.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인 마천4구역의 경우 대지지분 약 42㎡(13평, 건물 22평)인 빌라 매매가격이 9억원이다. 예상 감정평가액 5억3800만원에 웃돈이 3억6200만원 붙었다. 실제 투자금액은 전세금(2억원)을 빼면 7억원 정도다. 이 매물을 구입하면 향후 84㎡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양명신 우리써브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현재 위례신도시 인기에 힘입어 거여마천 뉴타운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며 “예전에 송파구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로 꼽혔는데, 그 이미지를 벗고 위례신도시 신축 아파트 가격를 빠르게 추격하는 양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