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거기, 아파트 있어요?"…매일 투자자 물밀듯 밀려드는 송도

뉴스 전현희 인턴기자
입력 2020.03.11 03:37 수정 2020.03.12 14:22
[땅집고]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더샵하버뷰 아파트. /전현희 인턴기자


[땅집고] “최근 송도에 ‘외지 투자자들이 20인승 버스를 타고 몰려왔는데, 그 중 10명은 아파트를 계약하고 돌아갔다’는 소문이 돌았죠.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에요.”(인천 연수구 송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지난 5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M6405번 버스를 타고 45분 만에 도착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이곳에서 가장 최근 입주한 ‘송도더샵그린워크’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송도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아파트 매매 계약을 최소 열 건씩은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송도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20여곳 중 10곳 이상이 아파트 매매 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아파트를 사겠다는 투자 문의 전화도 쉴새 없이 걸려왔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2020년 완성을 목표로 2003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신도시다. 일자리·학군·생활 인프라 등 자족기능을 갖추긴 했지만 서울까지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자족기능 강화 여부나 교통 호재 발표에 따라 집값이 크게 널뛰곤 했다. 예를 들어 ‘송도풍림아이원1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2005년 채드윅국제학교와 연세대 캠퍼스가 송도에 들어선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2006년 5억9000만원까지 뛰었는데, 연세대 유치가 반려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010년에는 집값이 3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실제로 연수구 집값은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이 들어선다(2022년 착공 예정)는 소식이 발표된 작년 8월 이전까지 59주간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송도 집값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송도가 포함된 연수구 집값 변동률이 올 2월 들어 ▲1주 0.15% ▲2주 0.40% ▲3주 0.66% ▲4주 1.06% 순으로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인천 평균 변동률(0.07% → 0.11% → 0.30% → 0.40%)의 2배 이상이다. 오랜 기간 침체를 겪었던 송도 부동산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송도까지 번진 외지인 투자 열기

[땅집고] 3월 16일부터 분양이 시작되는 '송도에듀포레푸르지오' 아파트. /전현희 인턴기자


최근 송도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건 외지 투자자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부동산 규제 정책을 집중시키자, 비 규제지역인 송도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해 1월 연수구에 집을 산 외지인 투자자는 32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명 증가했다. 이달 중순 분양을 앞둔 ‘베르디움더퍼스트’와 ‘송도에듀포레푸르지오(5공구)’ 아파트에 대한 외지인 투자 문의도 적지 않다. 송도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외지인 전화만 하루에 20~30통씩 걸려온다”며 “임대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수익률은 어느정도 될지 등을 주로 묻는다”고 했다.

[땅집고] 송도풍림아이원1단지 59㎡ 거래량과 가격 추이./전현희 인턴기자


송도 집값은 신축과 오래된 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오르는 추세다. 2015년 입주한 ‘송도더샵그린워크’ 84㎡는 지난해 1월 5억500만원(4층)에서 올 2월 6억5000만원으로 1억4500만원 올랐다. 송도에서 입주한지 가장 오래된 ‘풍림아이원(2005년 입주)’ 집값도 상승세다. 지난해 1~2월에는 실거래가 한 건도 없던 이 아파트 84㎡는 올해 1~2월 거래량이 33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3억6000만원이었는데, 올해 2월에는 이보다 1억원 높은 4억60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거래량이 폭발했는데, 집값이 너무 오른 탓에 최근 일주일 동안은 거래가 끊긴 상태”라며 “실수요자들이 높은 가격에 당혹스러워한다”고 말했다.

■ 교통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집값 끌어올려

[땅집고]GTX-B노선 발표 이후 인천대입구역 인근 아파트 값이 올랐다./전현희 인턴기자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단순히 풍선 효과를 노린 외지인 투자 증가만이 아닌 여러 개발 호재들이 송도 집값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송도에 GTX-B노선 연장, M버스 확충 등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자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 GTX-B 노선이 생기는 인천대입구역 인근 ‘송도더샵퍼스트파크’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해 6월 5억3900만원(14층)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8월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올 2월 6억5000만원(6층)에 거래됐다. 8개월만에 집값이 1억1100만원 올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최근 송도에서 역세권 아파트가 경매에 나오면 금세 낙찰된다”고 말했다.

[땅집고] 송도국제도시 1공구대 주요 학교./전현희 인턴기자


학교·편의시설 등 각종 생활 인프라도 속속 갖춰지는 모습이다. 현재 송도에는 채드윅국제학교, 포스코고등학교, 연세대 캠퍼스, 외국어대 캠퍼스 등 학교가 많이 들어와 있다. 1공구에는 대규모 학원가가 조성될 예정이다. 포스코 본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대기업도 입주했다. 2026년엔 연대세브란스병원도 들어선다.

전문가들은 송도 집값이 역세권 아파트 중심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GTX 사업 진척과 기업 유치 속도가 향후 송도 집값을 좌우할 것”이라며 “송도는 분당신도시3배(1614만평) 규모로 아직 빈 땅이 많고 추후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 집값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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