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 서울에 분양한 아파트 중 분양가가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9억 초과 15억원 이하 가격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강남 핵심지역 분양이 줄어들면서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분양 아파트 비중은 전년보다 다소 줄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일반 청약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현금 부자들에게는 로또 아파트 당첨 기회가 주어지는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 2년 간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총 2만2288가구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2.8%였던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지난해 35.2%로 크게 늘었다고 8일 밝혔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중도금 대출이 금지돼 청약 당첨자가 분양가 전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작년에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인 송파 위례신도시를 비롯해 강남구 역삼동 ‘시티프라디움더강남’, 서초구 서초동 ‘지에스타워’, 송파구 거여동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 등 강남 외곽과 소규모 주상복합 단지에서 9억 이하와 15억원 이하 단지 분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분양가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2018년 76.6%에서 지난해에는 60.1%로 감소했다. 지난해 분양된 서울 아파트의 60%만 중도금 대출이 가능했던 셈이다. 분양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분양 아파트도 2018년 10.6%에서 지난해 4.7%로 줄었다.
강남 주요 지역의 분양이 줄고, 외곽지역 분양이 많아지면서, 강남 3구의 평균 분양가는 2018년 4373만원에서 지난해 2877만원으로 낮아졌다. 이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 분양가도 2018년 3.3㎡당 2804만원에서 지난해에는 2614만원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중고가 아파트가 위치한 비 강남 지역의 분양가는 더 높아졌다. 동작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2018년 3.3㎡당 평균 2207만원에서 지난해 2873만원으로 38.3% 뛰었다.
또 성북구는 2018년 3.3㎡당 평균 1803만원에서 지난해 2392만원으로 32.7% 오르며 3.3㎡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강서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961만원에서 2488만원으로 26.9% 올랐고, 동대문구는 3.3㎡당 2207만원에서 2758만원으로 24.9% 상승했다. 구로구는 1334만원에서 1646만원으로 23.4%, 노원구는 1811만원에서 1917만원으로 5.9% 각각 올랐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늘어나 청약 당첨자들의 자금 부담은 커지게 됐지만 여전히 높은 시세차익으로 인해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땅집고 김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