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시어머니 못찾게? 사는 사람도 외우기 힘든 요즘 아파트 이름

뉴스 이나영 인턴기자
입력 2020.03.07 04:16

[땅집고] 아파트 이름이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너무 복잡해서 주소를 기억하거나 외지인은 찾아가기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단지는 어디일까?

경기 이천시 ‘이천증포3지구대원칸타빌2차더테라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열여덟 글자다. 2위는 인천광역시 ‘영종하늘도시유승한내들스카이스테이’로 17자였고, 3위는 경기 평택시 ‘평택고덕국제신도시고덕파라곤2차’(16자)였다. 서울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한신양재신동아파밀리에더퍼스트’로 15 글자다.

[땅집고] 경기 화성시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아파트. /카카오맵


지금까지 완공한 아파트 중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단지는 19자에 달한다. 2007년 입주한 경기 화성시의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 아파트와 2010년 입주한 경기 파주시 ‘가람마을10단지동양엔파트월드메르디앙’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분양한 전국 아파트명 글자 수 평균은 9.84자로 10글자에 달했다. 아파트명 글자 수 평균이 1980년대엔 3글자, 2000년대 초반엔 6글자인 것에 비교하면 크게 불어났다. 건설업계에서는 아파트 이름이 갈수록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①브랜드 아파트의 등장 ②아파트 특징을 나타내는 펫네임 사용 ③2~3개 건설사가 합작하는 아파트가 많아진 것 ④새로 개발하는 택지지구가 많아진 것 등으로 요약한다.

■ 아파트 이름 평균 10글자 시대

[땅집고] 2019 분양한 아파트 중 글자수 가장 길었던 4개 단지. /부동산114


2000년대 이전에는 주택 이름에 외국어를 쓰지 않았다. ‘청담삼익’, ‘역삼동개나리’아파트처럼 단순히 동네 이름과 건설사명을 합성해 주택 이름을 지었다. 아파트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생겨난 건 1998년. 건설사가 주택 분양가를 정할 수 있던 ‘분양가 자율화’ 시행 이후부터다. 건설사들은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외래어를 내세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아파트 이름을 특색 있게 짓기 시작했다. 아파트 이름에 브랜드명이 붙은 최초 사례는 2003년 3월 입주한 대림산업의 용인 기흥 ‘e편한세상’ 아파트로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아파트 이름이 본격적으로 길어진 것은 건설사 고유 아파트 브랜드명이나 단지 개성을 강조할 수 있는 단어(이른바 ‘펫네임’)를 넣으면서부터다. 강·호수를 조망할 수 있으면 단지명에 ‘리버’·’레이크’가, 인근에 공원·숲이 있으면 ‘파크’, ‘포레’ 등의 단어를 쓰기도 한다. ‘더테라스’는 테라스가 들어간 특화 설계를 강조한다. 의미상 ‘상류층’, ‘고급’의 의미를 나타내는 ‘써밋, 어퍼, 퍼스트, 베스트, 노블’와 같은 단어도 단골이다. 둘 이상 혼합하는 ‘리버포레’·‘레이크파크’·‘노블테라스’ 같은 이름도 흔하다.

단지 규모가 큰 경우 여러 건설사가 합작 시공하는 ‘컨소시엄 아파트’가 유행하면서 이름이 더욱 길어지기도 한다. 건설사가 둘만 돼도 ‘래미안힐스테이트’·’래미안푸르지오’처럼 길어진다. 위례신도시 ‘위례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 , 남양주 ‘다산진건 자연앤e편한세상자이(자연앤+e편한세상+자이)’처럼 세개의 브랜드가 합쳐진 이름도 있다. 컨소시엄 아파트의 경우 제3의 이름을 짓기도 하는데,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이 공동 시공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대우·현대·SK건설이 컨소시엄한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등이 대표적이다.

[땅집고] 외래어 남발로 사는 사람조차 기억하기 힘든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조선DB


1970~80년대 개발한 도심권 아파트가 낡아가면서 근교 지역에 새로운 택지지구를 개발하게 됐고, 그에 따라 아파트 이름에 지역 이름까지 같이 집어넣게 됐다. 현재 ‘가장 긴 아파트 이름’ 순위 상위권인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와 ‘평택고덕국제신도시고덕파라곤2차’ 등이 그 예다. 긴 지역 이름과 긴 아파트 이름이 합쳐지면서 15자를 넘는 긴 단지 이름이 쉽게 탄생한다.

아파트 이름이 갈수록 길어지다 보니 복잡한 아파트 이름 때문에 시어머니가 헷갈려서 못 찾아온다는 소리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실정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중견 건설사나 덜 알려진 지역의 아파트일수록 이름이 화려하고 긴 경향이 보이는데, 실제로 아파트 이름이 화려하다고 집값이 더 잘 오르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나영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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