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올해 보유세 향방을 결정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이달 중순 공개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공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에서 9억원 초과 고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크게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울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보유세 부담도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 금액을 이달 19일쯤 공개하고 의견 청취에 들어간다. 아파트·빌라·연립주택 등 전국 공동주택 1400만 가구를 전수 조사한다.

지난해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4.16% 올라 2007년(28.45%)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8.03%)과 비교해 공시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오른 것.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시세 12억원 초과 고가 공동주택 가운데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일부 아파트 공시가격을 끌어올렸다. 12억원 이하는 시세 상승분만큼만 공시가격을 올렸지만, 12억원 초과는 시세 상승분에다 현실화율까지 동시에 높였다는 것이다.

올해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공시제도 개편안에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그동안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값 현실화율이 평균보다 낮았으니 이를 평균 이상으로 높여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마포·용산·성동구 등 일명 '마용성', 동작구·광진·영등포(여의도동)·양천구(목동) 등 서울 요지의 공시가격은 상당히 오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 보유세도 덩달아 뛸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12·16대책에서 올해 종합부동산세부터 1주택자는 종전 세율에서 0.1~0.3%포인트, 3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0.2~0.8%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가운데 공시가격도 급등하면서 고가주택·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한(전년도 납부세액의 150~300%, 상승률 50~200%)까지 오르는 경우가 속출할 전망이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7㎡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19억400만원에서 올해 24억원으로 26% 오른다고 가정하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총 보유세는 지난해 927만원에서 올해 1345만원으로 418만원(45%)가량 늘어난다.

보유자가 1주택자이고, 앞으로 주택경기 침체로 공시 가격이 변동이 없다고 해도 내년 이후 보유세는 2021년 1917만원으로 올해보다 42%, 2022년에는 2027만원으로 5.7% 각각 오른다. 종부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0%에서 내년 95%, 2022년에 100%로 오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공시가격이 지난해 8억4800만원에서 올해 11억5000만원으로 35.6% 뛴다고 가정할 경우, 보유세는 작년 230만원 선에서 올해 331만원으로 43.6% 뛴다.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이보다 훨씬 커진다. 위 사례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2가구를 보유한 만 60세 미만 2주택자는 당장 올해 보유세가 4871만원으로 지난해(2525만원)보다 92.9% 오르고, 2021년에는 공시가격 변화 없이도 연간 보유세가 6145만원으로 26% 더 오른다.

현재 60세 이상 1주택 보유자는 나이와 보유 기간에 따라 종부세 공제혜택이 커 1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은퇴 세대는 보유세 부담이 그리 크진 않다. 그러나 만 60세가 넘어도 2주택 이상 보유했다면 종부세 감면 혜택이 사라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달 19일 공시가격 발표를 기점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인 오는 6월 말 이전까지 주택 매도에 나서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