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전 회사 근처 아파트를 보증금 3억원에 전세계약한 A씨. 당초 올 1월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집주인도, A씨도 계약 연장에 대해 별 다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른바 ‘묵시적 갱신’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됐던 것.
그런데 최근 A씨 근무지가 변경돼 전셋집을 옮기게 됐다. 집주인은 A씨에게 “새 세입자를 구해오던지, 중개수수료를 내고 나가라”고 통보했다. 3억원 전세계약시 중개수수료는 서울의 경우 120만원으로 서민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집주인 요구대로 A씨가 중개수수료를 부담해야 할까.
‘묵시적갱신’이란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 만료일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지하지 않거나 ▲임차인이 만료일 1개월 전까지 계약 종료에 대한 통보를 하지 않은 경우, 종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의 경우 전세 계약이 묵시적 갱신됐으므로 보증금 변동없이 해당 주택에 향후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것. 다만 세입자가 월세를 2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임차인으로서 의무를 위반하면 집주인이 묵시적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A씨의 사례처럼 계약이 묵시적갱신된 상태에서 세입자 사정으로 계약을 종료할 경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개수수료는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세입자가 많다. 관행상 중개수수료나 3개월치 월세를 요구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 집주인 말대로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이사할 집 중개수수료를 한꺼번에 내느라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 사례가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온다.
현행법상 계약이 묵시적갱신된 상태에서 세입자가 언제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 6조의 2). 이 때 임대차계약서에 별다른 특약 사항이 없다면 기존 세입자는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는 데 필요한 중개수수료를 낼 의무가 없다. 즉 법적으로 묵시적갱신이 계약 기간 도중 종료됐을 때 중개수수료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이런 묵시적갱신 해지 조건이 세입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해도 3개월이 지나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보증금도 3개월 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증금을 원하는 시기에 받아 새 집으로 이사하려면 집주인과 계약 종료 시점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만약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빌미로 무리한 중개수수료 부담을 요구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내용증명을 통해 묵시적갱신의 해지 및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