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석 시리즈] 외지 투자자 우르르…곤두박질치던 김해 집값 '반전'
“지금 김해 제조업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니고 소위 ‘대박 호재’가 생긴 것도 아닌데, 2~3년 동안 뚝뚝 떨어지던 아파트값이 갑자기 몇 천만원씩 뛰니까 이상하다는 거에요(경남 김해 부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경남 김해 부원동 ‘부원역푸르지오(2014년 8월 입주)’는 김해에선 ‘대장주 아파트’로 손꼽힌다. 구도심 입지라 시청·세무서·경찰서 등 각종 관공서와 가깝고, 부산김해경전철 부원역을 끼고 있는 새 아파트 단지다. 올해 2월 이 아파트 84.98㎡가 역대 최고가인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4억3500만원이었는데, 6개월만에 집값이 3500만원 올랐다. 이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e편한세상봉황역’ 84.46㎡ 집값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3억5300만원에 팔리다가 올해 1월 3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마찬가지로 해당 주택형 신고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집값은 16.21% 상승한 반면, 지방 집값은 4.64% 하락했다. 지방 중에서도 경남 김해는 집값이 ‘바닥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12.57%였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6.58% 하락해, 전국 집값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김해시의 인구는 54만명(1월 기준)으로 3개 시가 합쳐 탄생한 창원시(104만명)에 이어 경남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인구 50만이 넘는 도시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해 집값의 하락세는 지방 주택 시장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추락하던 김해 집값이 최근 고개를 들기 시작 한 것.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7년 2월 첫째주부터 138주 연속 하락세던 이 지역 집값이 지난해 10월 1~2주 각각 보합(0)으로 돌아서더니, 10월 3주부터는 18주 동안 상승 중이다. 2월 3주에는 0.18% 올라 경남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바닥 찍은 김해 아파트에 외지투자자 몰렸다
전문가들은 최근 지방 부동산이 겪고 있는 ‘풍선 효과’가 김해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을 집중적으로 규제하자 투자수요가 지방으로 튀면서 저렴했던 지방 일부 지역 집값이 급상승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김해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풍선 효과가 나타난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충북 청주, 강원 원주, 경남 창원 등이 꼽힌다.
김해 부동산 시장의 강세는 외부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12월 김해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서울 포함 수도권) 수는 455명으로, 지난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8월 173명 ▲10월 190명 ▲10월 258명 ▲11월 201명 등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평균인 173명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외지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김해 아파트 거래량도 대폭 늘었다. 지난해 외지인 아파트 매입 수가 두드러졌던 12월을 기준으로 ▲2016년 1210건 ▲2017년 617건 ▲2018년 932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지난해에만 1964건으로 거래량이 유독 많았다.
■새아파트·분양권·미분양아파트 거래 모두 활발해
그러나, 김해의 모든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 유입으로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단지들은 모두 입주 5년 이내인 신축 대단지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해 대장주로 꼽히는 ‘부원역푸르지오(2014년 입주)’를 비롯해 ‘e편한세상봉황역(2017년 입주)’, ‘원메이저푸르지오(2018년 입주)’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곧 김해에 새아파트 품귀 현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한 투자자들이 신축 단지 위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김해 아파트 입주량은 ▲올해 2578가구 ▲2021년 2296가구 ▲2022년 800여 가구 순으로 줄어든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미분양 아파트도 외지인들의 투자 대상이 됐다. 지난해 7월 2019가구에 달하던 미분양 주택이 12월 1341가구로 4개월만에 33.5% 줄었다.
별다른 규제가 없다보니 분양·입주권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며 웃돈이 붙는 추세다. 내동 ‘연지푸르지오’ 84.969㎡ 분양권은 이달 5억5516만원에 팔렸다. 지난달만해도 5억2371만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만에 웃돈이 3100만원 넘게 붙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전체 1081가구 중 318가구가 계약자를 찾지 못했던 장유동 ‘율하시티프라디움’ 분양권에도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이 아파트 84.98㎡ 분양권이 지난달 최고가인 3억994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이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10월 3억2547만원 ▲11월 3억2961만원 ▲12월 3억3434만원 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소 6500만원 이상 올랐다.
■“이상 급등 오래가지 않을 것… 옆 동네 창원처럼 진정될 것”
김해 집값이 급등 현상을 보이는 데 대해 “유명 부동산 유튜버가 김해를 찍자마자 투자자 40명이 전세버스를 타고 내려와서 우르르 계약하고 갔다”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실수요자 사이에서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명확한 개발 호재가 있거나, 지역 경제 상황이 호전 되는 것은 아니어서 일시적인 ‘반짝 상승세’가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옆 동네 창원 집값이 김해보다 먼저 ‘풍선 효과’를 겪으면서 급등했는 데, 올해 2월 들어 상승세가 벌써 꺾였다. 투자자들이 벌써 ‘털고 나간’ 것”이라며 “김해가 지방 도시로는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창원보다는 주택 시장 규모가 훨씬 적기 때문에 투자 열기가 더 빨리 사그러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