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별내선에 재개발까지…수·용·성 못지않게 달아오른 구리

뉴스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
입력 2020.02.21 04:39

지난 6일 오후 경기 구리시 수택동. 경의중앙선 구리역 2번 출구 앞 롯데백화점 뒤로 8호선 연장선인 별내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다. 7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구리시에서 5년 만에 신규 공급해 화제를 모았던 ‘e편한세상 수택센트럴파크’가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했다. 이 아파트는 이달 초 59㎡가 4억2070만원에 팔려 1년만에 5000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전용 84㎡ 매매가격은 5억3000만원 정도다.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가 워낙 귀한 지역인데다 가격도 서울과 비교하면 저렴해서 전월세와 임대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한양수자인 구리역' 공사 현장./전현희 인턴기자


‘12·16 부동산 정책’이 시행된 후 주택 수요자들이 규제가 적고,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소위 풍선효과다. 현재 주목을 받는 지역은 소위 ‘수·용·성’이라고 불리는 수원, 용인, 성남 지역이지만, 구리도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이다. 구리시는 이미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집값이 아직은 저렴한 편이어서, 가격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구리시의 누적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28%로, 수도권 규제지역 중 다섯 번째로 높다. 풍선효과뿐 아니라 그동안 약점이었던 지하철 교통이 개선된 효과도 크다.

■별내선 예비 역세권 중심 아파트 값 올랐다

구리시는 면적이 33.3㎢로 서울 송파구(33.9㎢)보다 조금 작은, 경기도에서는 면적이 좁은 시(市) 중 한 곳이다. 그나마도 면적의 78%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라 개발이 쉽지 않다. 서울 강동구·광진구와 접해 있어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교통이 불편해 주거지로 각광 받지는 못했다. 잠실 등으로 향하는 버스 외에는 지하철 노선이 경의중앙선 하나 뿐이었다.

구리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지하철 별내선 전철이 착공한 이후부터다. 별내선은 8호선 암사역에서부터 남양주 별내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노선이다. 신설역 5개 중 구리시에만 3개(토평·구리·구리도매시장) 노선이 생기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수혜지역은 구리시로 평가된다. 2022년 쯤 개통하면 구리역에서 잠실역까지 지하철 8정거장,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땅집고]별내선(8호선) 연장 경로/전현희 인턴기자.


지난 1년 간 구리시 집값 역시 역세권인 구리역과 ‘예비 역세권’인 토평역 인근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역세권에 공급한 신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해 4월 구리역 인근 수택동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 구리역’ 아파트는 전체 410가구 중 162가구가 완판된 데 이어 전용 84㎡ 분양권이 이달 초 6억4416만원(9층)에 팔려 분양가보다 4500만원 올랐다. ‘구리현대힐스테이트’(567가구)의 시세도 비슷하다. 단, 이 아파트들은 현재 분양권 전매가 제한돼 있어 일부 조합원 입주권만 거래가 가능한 상태다.

[땅집고]e편한세상수택센트럴파크 전경./전현희 인턴기자.


8호선 암사역에서 연장되는 구리시 토평역(예정) 인근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지은지 20년 된 아파트들도 강세다. 2001년 입주한 토평 신명아파트 84㎡는 지난해 12월 8억원에 거래돼 7개월만에 1억3000만원 뛰었다.

■규제 풍선효과에 신축·교통망 효과까지

올해 들어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구리시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1월 284건에서 12·16대책이 발표된 12월 397건으로 크게 늘었다. 황금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조정지역이지만 서울에 인접해 있고 집값은 아직 9억원에 한참 못미쳐 규제 영향이 거의 없다”며 “최근에는 매수 문의의 절반 정도는 저렴한 집을 찾는 실수요자이고 절반은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

[땅집고]구리시 아파트 매매 거래량 변화./한국감정원 제공


여기에 1980년대 전후 지어진 낡은 주택들도 서서히 재건축·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구리시 인창지구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632가구)와 수택동 있는 수택E구역재개발, 인창 C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인창C구역에 들어설 ‘롯데캐슬(1180가구)’ 아파트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이달 말쯤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수택E구역 조합은 지난 달30일 구리시청에 관리 처분인가를 신청했고 이르면 7월쯤 이주 및 철거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총 3050 가구 규모로 1577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구리 역세권 상업지구에서는 오피스텔 공급도 활발하다. 수택재정비촉진지구 인근 50m 반경 안에서는 2022년 완공할 예정인 오피스텔 ‘유탑트윈팰리스’(656실)가 공사 중인 것을 비롯해 2016년 이후 구리시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총 6개 단지 총 2588실 규모다. 구리시 수택동 ‘씨티공인중개사 사무소’ 장국환씨는 “교통 호재와 재건축 등으로 구리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오피스텔을 짓고 싶다고 문의하는 건축주들이 늘었다”고 했다.

[땅집고]오피스텔 분양 예정 지역./씨티공인중개사 제공


■풍선효과 꺼져도 가격 계속 오를까

전문가들은 구리시가 입지 여건이 좋은데다 현재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서울의 규제를 피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당분간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교통환경이 개선되고 신축아파트가 들어서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러 번 증명됐다”고 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지로 쓸만한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이 얼마나 꾸준히 이뤄질 수 있는지가 구리시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청량리 6·8구역이 재개발한 뒤 강북구가 바로 재개발 작업에 돌입했듯이 같은 지역 내 재개발 건축단지가 상승세를 타면 자연스럽게 주변 비개발지역도 재개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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