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이 모여 있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이 카페 거리로 바뀌어 장사가 잘되고, 땅값이 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카페거리'라는 한 개념으로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 재생을 기반으로 한 리모델링 건축은 내 집만 잘나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주변 건물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이승민〈사진〉 대표는 도시 재생 사업을 기획하고, 상권을 분석하는 회사 '한국 리노베링' 대표다.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도쿄대학에서 도시 재생을 공부했고, 일본 '리노베링'이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도에서 '한국 리노베링'을 설립했다. 이 대표는 오는 27일 개강하는 '조선일보 건축주대학-수익형 리모델링 강좌'에서 '리모델링에 딱 맞는 건물 입지와 상권 분석 노하우'에 대해 강연한다. 이 대표에게 리모델링 건축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전략과 일본 사례에 대해 물었다.
-일본의 '리노베링'이라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나?
"일본 리노베링사(社)는 침체한 도시를 분석하고, 이 도시를 활성화하는 설루션을 찾아내 실행하는 회사다. 리노베링에서는 건물주와 세입자, 지역 전문가들이 모여 쇠퇴한 지역을 분석한다. 그 지역에 진짜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어떤 세입자가 들어와야 하는지, 빈 건물이 있다면 어떻게 개발해야 이익이 남는지를 분석한다. 이후 사업이 가능하도록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적합한 임차인을 찾아 입주시켜 상권을 만들어 가는 사업을 했다."
-일본 리노베링사가 시도한 도시 재생 사례를 소개하자면.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진행한 리모델링 사업이 대표적이다. 50년 전 기타큐슈시는 야하타 제철소를 중심으로 인구 100만 공업도시로 성장했으나, 1980년대 이후 기간산업의 쇠퇴로 인구가 감소하고 빈 건물이 늘어났다. 기타큐슈 고쿠라(小倉) 중심 시가지의 빈 오피스를 활용해 새로운 도시형 비즈니스 공간을 육성하는 것이 당시 리노베링사의 목표였다."
-기타큐슈 사업의 진행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2011년 리노베링사는 이 지역에 '리노베이션(Re Innovation) 스쿨'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서 건축가, 대학교수, 요식업 종사자, 건물주, 상인회장이 지역의 리모델링 방향에 대해 공부하고 도시 활성화 방안을 연구했다. 이들이 주축이 돼 부동산 관리 회사 '기타큐슈 야모리샤'도 설립했다. 건물주가 야모리샤에 임대를 주면, 야모리샤가 건물에 적합한 임차인을 모집하고 공간을 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빈 오피스를 보유한 건물주가 인테리어 투자 비용으로 440만엔(약 4700만원)을 투자했다. 야모리샤가 찾아둔 세입자들의 요구 사항에 맞게 내부를 수리했다. 그 결과 월세 수입을 연간 300만엔(3240만원) 올렸다. 이렇게 매년 리노베이션 스쿨을 개최해 20개 이상의 새로운 점포가 문을 열었다."
-제주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일본처럼 제주도에서도 리노베이션 스쿨을 운영하는데, 여기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업체 '베드라디오'가 건물주와 공동으로 리모델링 창업을 한다. 리모델링 대상은 1971년에 지은 제주시 이도 1동의 '옥림장 여관'이다. 50여 년 전에 지은 옥림장은 제주 동문시장 맞은편 샛물골 여관길에 들어선 최초의 신식 여관이다. 지을 당시만 해도 층마다 직원이 상주하는 제주 최고급 숙박 시설로 유명했다. 역사가 있고, 오래된 건물을 건물주와 임차인이 함께 투자해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4월부터 호스텔로 운영할 예정이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공동 투자하고, 수익도 나누는 사업이다."
-리모델링 건축을 할 때 건축주가 입지를 고르는 전략이 있다면.
"골목 상권이 성공한 요인을 잘 살펴보면 골목의 특색과 접근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송파구 석촌호수 근처의 송리단길, 수원 행궁동에 있는 행리단길이 성공한 것은 공원이나 강변, 지하철 등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프라가 갖춰진 곳은 기본적으로 유동 인구를 만들어낸다. 개성 있는 리모델링 건축물과 접근성이 조화를 이루면 상권이 쉽게 형성된다. 리모델링 건축 때도 '교통'이라는 요인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비 리모델링 건축주에게 팁을 주자면.
"리모델링할 때 건물주·건축주와 임차인이 공동 사업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공동 사업으로 진행하면 임대료 폭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또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 주변 지역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연남동이나 연희동처럼 콘셉트가 확실한 리모델링 건물이 들어서면 그 지역 전체가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이런 곳이라면 리모델링 때 디자인에 좀 더 투자하는 것이 리모델링 사업의 성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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