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평당 600만원, 대출 70% 가능" 지식산업센터의 숨은 함정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0.02.15 06:14

[땅집고] 현대건설이 최근 경기 남양주에 공급한 지식산업센터 ‘현대프리미어캠퍼스’. 지하 4층~지상 10층, 연면적 기준으로 63빌딩의 2배에 달해 국내 지식산업센터 중 최대 규모로 꼽히지만 분양에 나선지 3개월만에 ‘완판’됐다. 2018년 동탄2신도시에 들어선 ‘금강펜테리움 IX타워’도 분양 1개월만에 투자자를 모두 찾았다. 지난 1일 오후 2시 하남 미사강변 지식산업센터 ‘스카이폴리스’ 사업설명회에는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 확산 중인데도 100명 정원인 자리가 꽉 차서 서서 듣는 이들도 있었다.

[땅집고] 지식산업센터가 밀집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조선DB


오피스텔과 상가 위주의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지식산업센터가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공급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9년 1~9월 전국 지자체 및 관리기관에서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총 134곳이다. 2018년(115곳) 대비 16% 증가했다.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 지식산업센터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공급도 늘었다.

제조업·지식산업·정보통신사업장을 비롯한 6개 이상의 공장, 지원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3층 이상의 집합 건축물을 지식산업센터라고 한다. 1980년대 후반에는 기계·전자·봉제 등 중소 제조업체가 입점하는 건물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IT산업·벤처기업 등 첨단 업종이 주로 들어서고 있다. 상가·오피스텔을 잇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땅집고는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지식산업센터 투자의 장단점과 주의할 점을 살펴본다.

■오피스텔보다 분양가 저렴…일반투자자는 세제 혜택 못받아

[땅집고]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비교. /이지은 기자


경기 동탄신도시에 분양하고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 3.3㎡(1평)당 분양가가 560만~620만원으로, 1호실(40.89~145.15㎡)을 분양받는 데 드는 금액은 6900만~2억7000만원 정도다. 주변 시세를 고려하면 연 4% 정도의 수익(임대료 연 288 만~600만원)을 얻을 수 있다. 수익률은 오피스텔에 비해 조금 낮지만 주택이나 오피스텔과 달리 임대료 인상이 자유롭고, 붙박이 가구나 가전 등의 관리 부담이 적다. 대개 입주 기업이 장기 계약하므로 임차인을 구하는 데 신경을 덜 쓸 수 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지식산업센터의 장점을 다른 부동산 투자상품에 비해 투자금이 소액이라는 점이다. 경기도권을 기준으로 3.3㎡(1평)당 분양가가 600만~800만 원이다. 투자금 마련도 비교적 용이하다.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에 대해서는 LTV 규제를 하지 않고 있어서다. 개인사업자와 투자자의 경우 대개 매매가격의 70%, 법인은 80%까지 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상가·오피스텔 담보대출 비율이 50~60%인 것에 비하면 10%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다.

지식산업센터를 직접 사업장으로 사용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개인 사업자나 5년 이상 법인 사업자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을 경우 취득세를 50%, 재산세를 5년 동안 37.5% 감면 받을 수 있다. 수도권 등 과밀억제권역에서 지방 지식산업센터로 이전하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취득세는 100%, 재산세는 5년 동안 각각 면제받는다. 5~8년차에라면 재산세 50%가 감면된다. 단 취득세 혜택은 5년 이내 매매를 하거나, 소유권을 임대사업자로 넘길 때는 박탈 당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 같은 세제 혜택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기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취득세 감면혜택을 받다가 조사를 통해 직접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드러나면 감면받은 세액에 추가 가산세까지 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땅집고]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공실을 채우지 못하는 지식산업센터가 생겨나고 있다. 한 지식산업센터 외벽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조선DB


주의할 점이 있다. 이같은 세제 혜택은 입주하는 기업이 지식산업센터를 매입할 때 적용되는 것일 뿐 일반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지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수분양자(임대인)가 임차인과 함께 공동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과 임대료 수입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며 거짓·과장 홍보하는 방식이 전형적이다.

동탄테크노밸리의 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당초 분양대행사와 시행사 측이 “분양 받은 호실 모두 100% 임대가 가능하며 매달 49만 5000원의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동탄도시첨단산업단지의 관리기본계획에 ‘명시된 입주 가능업종의 건축물 연면적의 50% 범위 안에서만 임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분양 받은 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 시행사를 고소했다. 분양 받은 사람들은 “시행사가 보여준 공급계획서만 믿고 실제로 임대 놓을 수 없는 물건을 계약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공급 과잉·경기 상황에 따른 리스크도 따져봐야

[땅집고]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분양 물량.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최근 지식산업센터 공급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전국에서 인가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총 1001곳 중 절반 이상이 2010년 이후 공급됐다. 공급 늘면서 매매가격도 하락세다. 2017년 3·4분기 경기도 지역 지식산업센터 매매가는 3.3㎡ 당 493만원으로, 전분기(529만원)보다 6.7% 하락했다. 임차인을 구하기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에는 4년째 입주기업이 한 곳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식산업센터처럼 비슷한 업종이 몰려 있는 경우, 추후 경기에 영향을 받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한꺼번에 발생할 위험도 있다”라며 “수익률만 따질 것이 아니라 임차 업종과 경기 흐름간 관계를 잘 파악하고 공실률도 고려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전현희 땅집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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